▲ 박종찬 고려대세종캠퍼스 경영학부교수, 美 채프먼대 로스쿨 방문교수 |
우선 대전에서 세종시로 연결되는 국도 1호선의 확포장 공사가 진척되면서 마지막 포장 단계라서 그런지 노선이 하루가 다르게 이리저리 바뀌고 있었다. 두 번째로는 아직 조경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삭막한 풍경이지만 20, 30층 고층 아파트들이 금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함께 세종시 첫 마을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세 번째로는, 세종시의 중심이 될 중앙부처가 이전할 정부청사가 웅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행정수도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기능이 축소되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논란으로 또다시 시련을 겪은 후 이제 하드웨어적인 면에서 도시의 완성이 가까워진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제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매년 연말이 되면 영국의 경제정보 평가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트유닛(EIU)'은 전 세계 140개 도시를 대상으로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하곤 한다. EIU가 살기 좋은 도시를 평가하는 기준은 폭력과 범죄·테러 발생률이 낮은 안전성(25%), 문화와 환경(25%), 의료서비스(20%), 교통 및 정보통신과 물·에너지 공급 등 인프라(20%), 교육(10%) 등 5개 분야에서 총 30개의 항목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결과의 상위 10위 안에 드는 살기 좋은 도시는 뉴욕, 홍콩, 런던, 상하이, 도쿄, 그리고 서울과 같은 먹고살기에 분주한 상업적 도시는 포함되지 못하고 모두 선진국의 쾌적한 도시들이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호주의 멜버른, 시드니, 퍼스, 애들레이드, 캐나다의 밴쿠버, 토론토, 캘거리, 오스트리아의 빈, 그리고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등이 매년 단골로 10위 안에 선정되고 있다. 참고로 서울은 이 평가에서 런던, 뉴욕 등과 비슷한 수준인 50위에서 60위 사이에 들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는 안전하고 쾌적하며, 도로 등 사회 간접시설이 잘 되어 있고, 문화가 있고 그리고 의료시설과 교육 환경이 잘 갖추어진 도시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상위에 선정되는 도시는 이러한 조건을 갖춘 도시들이다.
해외에서 평가하는 한국은 이제 선진국이다. 이건 필자 개인의 시각이 아니라 선진국인 미국의 학계와 일반시민 등이 그렇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실질 구매력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자동차, TV 등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 덕택에 받는 평가인 것이다. 즉, 경제적인 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이제 우리는 경제적인 면을 넘어서서 문화, 의료, 교육 그리고 의식 등 삶의 질과 관련된 부문에서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는 영역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세종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는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지금도 한국은 범죄 등 사회치안 면에서 매우 안전한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국가의 많은 중앙행정기관과 여기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거주할 도시에서 치안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종시의 교통, 인터넷 등과 같은 정보통신 사회적 인프라는 선진국을 능가하는 좋은 환경을 갖추게 될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료기관과 시설도 선진국 수준으로 갖추어지고 교육, 문화 그리고 녹색 환경 등도 선진국 수준으로 갖추어지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경제적 발전을 넘어서서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고 있다. 그다음의 화두는 고령화시대에 맞는 삶의 질이 될 것이다. 지금 건설되고 있는 세종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충청민이 지혜를 모아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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