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동안 유성시장에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는 이한석씨. |
'노래하는 집배원', '제비아저씨', '까치아저씨'로 불리는 대전유성우체국 이한석(48·사진) 집배원은 유성시장 상인들 중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시장 내에서는 유명인사다.
이 씨는 5일장인 4일과 9일 장날때마다 무거운 장보따리를 들고 힘들게 가는 노인들이 보이면 장 보따리를 빼앗듯이 배달 오토바이에 싣고는 문 앞에다 얌전히 배달해 드린다.
이제는 저 멀리서 “한석 씨~”하며 손짓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
이 씨는 또 시장내 어느 집이 맛집인지, 맛있는 2500원짜리 잔치국수는 언제 먹을 수 있는지, 2000원짜리 보리비빔밥을 어디서 먹을 수 있는지 등을 훤히 안다.
아예 맛난 먹거리를 사와 우체국 동료직원들에게 홍보하고 주문도 받는다. 그리고 주문품을 구입해 동료들에게 직접 전해 주기도 한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쑥개떡에 팥앙금이 들어 있는 달콤한 떡과 밑반찬용 장아찌다.
동료들에게 필요한 건 뭐든 얘기하면 구해 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이 집배원은 유성시장 홍보대사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 씨는 최근 대형마트 등으로 위축됐던 유성시장이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사람들로 북적이자, 절로 흥이 난다고 말한다.
장날이면 편지며 무거운 소포물을 일일이 들고 걸어 다녀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지만 정이 넘치고 반가운 동네 어른들과 일일이 만날수 있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 씨는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고, 따뜻하게 건네는 인사에 흐뭇해하시는 어르신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배달일이 오히려 즐겁다”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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