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이냐 하층민이냐 하는 문제는 소유나 소득의 반영이기보다 개인의 체감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사회학적으로 중산층은 현재의 생활에 그런대로 만족하면서 노력하면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계층이다. 반면 하층민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절망 계층을 의미한다. 이번 통계에서 '자녀의 지위가 자신보다 나아질 것 같으냐'는 희망적 질문에 대해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2009년 48.4%에서 올해 41.7%로 6.7%나 낮아졌다. 10명 중 6명꼴로 아무리 노력해도 본인은 물론 자녀들도 신분상승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회는 분명 불행한 사회다.
1980년대만 해도 객관적 기준에 미달하면서도 '나도 중산층'이란 사람들이 많았다. 바로 '심리적 중산층'들로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 희망을 잃고 있는 것이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어서, 힘들게 저축해도 내 집 장만은커녕 전셋집 마련도 어려워서다.
이번 통계에서 지역민들이 스스로 하층민이라고 여기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소득은 줄고 빚은 늘어나니 불만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빈부 격차가 벌어지면 하층민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지역민의 깊어진 좌절감을 달래고 희망을 틔우기 위한 자치단체와 정치권의 구체적 정책이 나와야 한다. 복지도 확대하는 한편으로 알찬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장기적으로 서비스 산업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일자리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 국회는 과감한 복지예산 배분을 통해 정부의 친서민 정책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서울과 대기업, 부자 중심의 정책으로는 지역별 기업별 계층별 격차를 심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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