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기록… 그리고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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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곡선]기록… 그리고 역사

  • 승인 2011-12-19 14:48
  • 신문게재 2011-12-20 21면
  •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초등학교 시절 개학을 앞두고 마음을 졸이게 한 일 중 하나가 일기쓰기였다. 한 달 남짓한 분량의 일기쓰기는 '작문'의 고통을 고스란히 맛보게 했다. 그렇게 마지못해 썼던 일기를 요즘엔 알아서 쓴다. 진실과 거짓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까닭에 글쓰기는 한결 자유롭다.

신문도 그날 그날의 일을 기록한다. 나라일, 세상일, 지구 밖의 일들을 매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하루 지나면 폐지가 되기도 하지만 한 해 동안의 신문이 모이면 소중한 역사기록이 된다. 이즈음 신문사 서고엔 이러한 1년의 기록들이 채워진다. 현재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신문이야말로 신문사의 재산이다. 그리고 지역, 더 나아가 나라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언론직필이어야 하는 이유다.

기록은 다음세대의 재산이기도 하다. 조선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72년간(1392~1863)을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세계문화유산이다. 왕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을 기록한 실록에서 조선시대 기록의 힘을 본다. 왕은 자신을 견제할 감시자로 사관을 선택했고, 과거시험에서 성적이 우수한 사람들을 임명해 역사를 기록하게 했다. 어전회의를 비롯해 왕이 참석하는 모든 행사는 물론 신화와 왕의 독대(獨對) 자리에서의 대화 내용, 왕의 사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기록으로 남겼다. 왕이 두려워했던 건 사관의 눈이었고 그들이 남기는 기록이었다. 후세에 평가될 자신들의 치적을 위해 선정을 펼치려고 애쓴 모습을 우린 지금 자료들을 통해 찾아 볼 수 있다. 이렇듯 지도자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록의 역할이 퇴색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모든 기록물을 후대에 남기기 위한 것이다. 올 9월 22일 행정안전부 소속 국가기록원 대통령 기록관의 발표에 의하면, 경호처를 제외한 대통령실과 16개 대통령 자문위원회, 민주평통자문회의 등에서 지난해 남긴 자료는 18만7736건으로 집계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008년 18만2640건, 2009년 20만6564건, 2010년 약 19만건(경호처 제외)으로 3년간 기록물은 58만 건 정도다. 참여정부는 5년에 걸쳐 825만3715건을 남겨 연평균 170만 건의 기록을 남겼다. 순수 공식문서 집계와 개별 업무시스템에서 발생한 기록을 미반영했다는 청와대의 반론을 감안하더라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그 외 역대 대통령들 기록을 보면 이승만 7430, 윤보선 2040, 박정희 3만8034, 최규하 2237, 전두환 4만3078, 노태우 2만1544, 김영삼 1만8599, 김대중 20만2348건을 남겼다. 한 시대를 통치한 대통령들의 역사관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왕과 사관의 소명의식이 없었으면 조선왕조실록은 없었다. 현재를 기록하고 후세에 전달하는 것도 지도자의 의무다. 기록은 남아야한다.

김은주·자료조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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