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백화점의 승부는 충청권 연고의 갤러리아백화점과 천안 토종인 야우리백화점이 유통 대가인 신세계와 연합한 자존심 대결로 유통업계조차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무한경쟁이 자연스레 상권집중화를 강화해 '로드샵'으로 불리는 의류와 신발 등 기존 상권은 더욱 위축됐다.
대자본에 의한 지역 소자본의 침해가 심각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양 백화점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판촉비를 지나치게 사용하면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에는 더욱 치열한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출이 인격' 2.5배 늘어=유통업계는'매출이 인격'이란 얘기가 나돌 정도로 총매출이 시장점유의 중요 지표로 제시된다.
갤러리아와 신세계 양 백화점은 지난 1년간 2~5% 내외의 박빙 속에 피 말리는 레이스를 벌였다.
지난 1년 양사 매출은 6000억 원으로 전년 2400억의 2.5배에 달했다.
천안시 신도심 불당동 KTX천안아산역 인근으로 옮긴 갤러리아의 1년 매출 추정치는 2800억 원이다.
신부동 시절 연간 1600억 원과 비교해 75%나 성장했다.
대중교통조차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허허벌판' 위 상황에서 비약적 성적이다.
내년 목표는 3000억 원을 넘길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매출신장은 더욱 화려하다.
기존 야우리백화점에서 신세계와 제휴해 상호를 바꾸고, 갤러리아가 빠져나간 자리에 매장을 대폭 확장했다.
매출은 1200억에서 단숨에 32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저가 상품 판매가 많은 여름철 갤러리아와 매출격차를 8%포인트까지 벌리기도 했다.
내년 매출목표는 3500억 원이다.
▲영업비용 늘어 속 빈 강정=양 백화점의 치열한 매출경쟁은 정기세일은 물론 각종 이벤트와 특별행사로 연중세일이 무색할 정도였다.
여기에 구입가의 5%를 상품권으로 되돌려주는 특판행사는 기본으로 7%와 10% 상품권에 일정금액을 사면 영업점 자체에서 별도의 상품권을 주는 등 시민들은 모처럼 대접받는 쇼핑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영업이 매출은 늘렸지만 늘어나는 판촉비용으로 이익은 크게 챙기지 못했다.
유통업계는 백화점 매출이익을 총매출 대비 27% 정도다.
여기에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남는데 올해 양 백화점은 판촉비에서 녹아났다.
내년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질 것 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양 백화점은 지난 1년간 170억~200억 원씩을 판매관리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브랜드별 사은행사를 지원도 만만치 않았다.
이른바 국외 유명 명품매장 유치비용도 상당히 들어가면서 실제 이익은 크게 떨어진다는 평이다.
▲객단가는 갤러리아, 실속은 신세계=대형화된 매장면적 대비 매출은 양 백화점이 상대적인 구도를 그리며 뚜렷이 대비됐다.
갤러리아는 4만9586㎡의 매장에 ㎡당 판매가가 545만 원을, 신세계는 6만5683㎡에 472만 원을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유통업계는 상대적으로 목적고객이 많은 갤러리아는 고가의 상품이, 유동고객이 많은 신세계는 저가상품 판매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갤러리아가 실속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조금 다르다.
주변의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갤러리아는 고객을 부르려고 상대적으로 유인책을 많이 사용해야 했고 판촉비 증가로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방문고객이 많았던 신세계는 판촉비가 적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갤러리아는 주변이 미성숙 개발지인 점을 고려해 신도시 고급 아파트단지가 속속 입주하고 대중교통노선이 정리되면 '매대'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유명상표를 통한 고가매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래 싸움에 끼인 '로드샵'=신세계와 갤러리아 매출경쟁이 소비자들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줬지만, 일반 거리 매장들은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백화점들이 세일 이외에도 상품권 등 각종 사은행사로 사실상 할인율을 높여 고객들을 빼내기 때문이다.
최근 패션거리로 주목을 받는 쌍용동 쌍용대로 주변의 '로드샵'들은 매출부진에 죽을 맛이다.
가뜩이나 구도심권 영업이 부진하던 천안역 대흥로 의류 대리점들은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천안=맹창호 기자 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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