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만화로 봤던 벨기에의 소년 기자를 떠올리며, 영어권의 개명(改名) 솜씨를 툴툴거리며 '틴틴:유니콘호의 비밀'을 보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를 보고 나서도 의구심이 머리를 맴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왜, 도대체 왜 '틴틴'을 영화화하는 최선의 양식이 3D이모션 캡처라고 생각했을까.
공개된 동영상 인터뷰에서 밝혀놓긴 했다. “이 기술이야말로 원작자 에르제가 지난 50년간 그려낸 예술적 형태를 가장 완벽하게 스크린에 형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필버그는 “원작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원작이 지닌 모든 매력을 담았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원작의 세계를 고스란히 영화에 옮기려 했고, 그걸 실현해 줄 해답이 이모션 캡처였다는 얘기다.
에르제의 화풍은 간결한 선과 시원한 색상이 특징이다. 스필버그는 정말 실사(實寫)영화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으로 그 그림의 맛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더욱이 3D로.
'유니콘호의 비밀'은 어드벤처 액션 활극이다. 이 장르의 관건은 박진감을 얼마나 잘 살려내느냐는 거다. 이모션 캡처는 놀라운 기술이긴 하지만 박진감을 잡아내는 데 있어선 실사를 따르지 못한다. '인디아나 존스'를 탁월한 장르 영화로 뽑아낸 스필버그가 그걸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스필버그는 항상 기대 이상의 물건을 내놓는 감독이다. '유니콘호의 비밀'도 기대를 뛰어 넘는 작품이다. 중동의 항구도시에서 벌어지는 추격 시퀀스며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잘 활용한 슬랩스틱 코미디 등은 “역시 스필버그”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문제는 영화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언캐니 밸리'(Uncanny Vally:사람에 가깝지만 사람과 완벽하게 같지는 않은 인공체에 혐오감을 느끼는 것)는 아니다. 사람과 흡사한 캐릭터와 만화적인 캐릭터가 이리저리 섞여 있으니 실사로 봐야 할지, 만화로 봐야 할지 리얼리티에 혼동이 오는 것이다. 게다가 줄줄이 설명하고 드는 대사는 또 뭔가. 주 관객 대상이 어린이들이어서 배려가 필요했는지 모르지만, 스필버그 영화에 설명조 대사라니.
성인 입장에서 영화를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먼발치서 영화를 본 느낌이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지점에서 두 영화의 장점이 잘 버무려지기보다 겉도는 느낌이다. 스필버그는 새로운 영화 기술을 실험해 본 것일까, 아니면 도전으로 봐야 하나. 그건 피터 잭슨이 연출하는 '틴틴' 두 번째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것 같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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