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는 제19회 충남 농어촌발전상 수상자들이 모였다. 올해는 우수 농업인 12명과 기관과 단체 각 1곳씩 2곳이 선정됐다. 이들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어업 현장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해 소득을 높인 것은 물론 지역 주민의 영농의욕을 고취시켜 농어업 발전에 기여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낸 이들에게 한·미 FTA 등 시장 개방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국내 농어업의 돌파구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 달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축산 농가에 위기가 확산됐다. 특히 수입 개방으로 양돈 시장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양돈 농가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국내 생산원가의 50%에 불과한 미국산 돼지고기가 본격적으로 수입될 경우 중소 규모 농가들의 도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올해 충남 농어촌 발전상 대상을 수상한 박광욱 의명농장 대표가 새끼 돼지를 안고 미소 짓고 있다. |
하지만 그는 철저히 준비한다면 국내 양돈 산업이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다. 그의 자신감은 철저한 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킨 경험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태안과 예산에 나누어 모두 8000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박 대표 농장의 MSY(Marketted-pigs per Sow per Year)는 24마리다. MSY란 돼지 모돈 1마리가 1년 동안 판매한 비육돈을 뜻하는 것으로 양돈 농가의 생산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수치다. 우리나라 양돈 농가의 평균 MSY는 15~16마리로 유럽의 평균(21마리)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유럽산 돼지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높은 이유이자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기전 국내 양돈농가가 우선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박광욱 대표는 “모돈 1마리를 통해 1년동안 모두 21마리를 생산하는 유럽과 15마리의 우리나라와는 가격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며 “우리 양돈농가도 시설 규모화 등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 역시 처음부터 생산성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1992년 돼지 100마리로 시작해 8000마리로 성장시킨 배경에는 꾸준한 사육 기술개발과 관리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10년 전부터 국내 양돈장의 대부분이 일관 경영 체계 방식을 탈피, 번식과 육성, 비육을 분리, 관리하고 있다. 이는 어미돼지나 새깨돼지, 비육돈을 각각 다른 시설에서 키우는 것으로 각종 질병의 전염 등을 차단하는 장점이 있다.
또 성장 단계별로 분리해서 키우다보니 관리가 수월해 돼지가 자라는 환경을 보다 쾌적하게 유지해줄 수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사육단계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도입(2006년) 이전인 2003년에 HACCP국제 인증 기관인 스위스의 SGS에서 HACCP 인증을 받으며 축산물 위생, 안전성 강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축사 환경이 깨끗하다보니 양돈 농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도 없고 구제역도 단 1차례 발생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사양 단계별로 그룹 관리하면 한 무리에서 질병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무리로 전파를 빠르게 차단할 수 있고 관리도 수월해 생산성이 향상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농장의 규모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돈 농가의 골칫거리인 가축분뇨 처리도 모범적으로 해결해 냈다. 농장 내 연간 1만 7000여t 의 퇴액비 생산이 가능한 대형 액비저장조 및 교반식 분뇨처리 시설을 설치해 농장에서 배출된 가축 분뇨는 액비로 재활용해 벼 재배 농가 등에 무상 배포하고 있다.
남들보다 앞서 우수한 사양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박 대표는 현재 8000마리 수준의 농장을 1만 마리 규모로 키우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이를 위해 20여년 전 처음 세웠던 축사를 헐고 새 축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혼자 살아남기 위한 성장은 꿈꾸지 않는다. 양돈 농가들이 힘을 합치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얻어야 시장개방에 맞서나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 7개 농가가 참여하는 명품 브랜드 '해장생'을 개발해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참여 농가에 체계적이고 위생적인 사양관리를 공유, 우수 돈육을 생산해 대형식당 등에 일반농가보다 10%이상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제는 참여농가 전원이 연간 1억~3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로 성장했다.
박 대표는 “개방화 시대에 양돈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별 농가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국내 양돈 산업의 힘을 모아나가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충남 농어촌발전상을 수상한 것도 도내 양돈 농가를 도와 양돈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기술전수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개방화 시대에 먹거리 주권을 지켜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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