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 |
해마다 어김없이 1월의 첫날이 오고 또 12월의 마지막 날이 온다. 지금은 12월이다. 그리고 며칠 후면 12월 31일이 되고 다음날이 2012년 1월 1일이다.
자연의 섭리로 보면 처음과 끝은 서로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고 연결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뫼비우스의 띠를 한번 떠올려보자. 안과 밖이 섞여서 돌아가는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 같은 띠는 처음과 끝이 연결되어 있다. 조세희의 유명한 단편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공'의 첫 번째 이야기는 '뫼비우스의 띠'로 시작한다. 재활용마크도 이 뫼비우스의 띠를 사용한 것이다. 우리의 삶은 돌고 돌아 시작과 끝이 서로 마주보고 있지 않을까?
중국의 유명한 역사학자이고 불교문학자인 지셴린의 병상잡기(病床雜記)라는 책은 '인생의 끝에서 시작을 돌아보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노학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이 책의 시작부분에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올해로 난 아흔 하고도 하나가 되었다. 지씨 가문의 족보를 다 뒤져도 아마 내 나이만큼 산 사람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난 내가 늙었다는 사실을 조금도 느낄 수가 없다. 늙은 천리마처럼 몸은 이미 노쇠하여 울타리에 엎드려 있지만 그 뜻은 만 리를 내달리고 있다. 육신은 비록 이런저런 병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이 역시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이 나이 되도록 아무런 병도 없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갖가지 병을 몸에 지니고 있지만 목숨을 내놓아야 할 만큼 치명적인 병은 없다. 비록 귀가 조금 어둡고, 눈이 침침하기는 하지만, 머리만큼은 결코 녹슬지 않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한 해 동안 세웠던 계획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이전과 비슷한 새해 계획을 또 세운다. 생각 없이 행동하면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인간이라고 한다. 생각에 변화가 없으면 행동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어느 날 공자가 조카 공멸에게 물었다. “자네가 그 자리에서 일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공멸은 자신이 느낀 대로 공자에게 말했다. “저는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잃은 것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일이 너무 많아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보수가 너무 적어 부모님과 친척들을 제대로 봉양하지 못하고 있고, 셋째는 일에 시달리느라 친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며칠 후 공자는 공멸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자천을 만나 똑같은 질문을 했다. 자천은 미소를 지으며 “저는 일하면서 잃은 것은 없고, 얻은 것만 세 가지 입니다. 첫째는 책을 통해 공부했던 이론을 행동으로 옮겨 지혜를 얻게 되었으며, 둘째는 월급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근검절약을 몸에 익힐 수 있었고, 셋째는 함께 일하는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세상사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반성과 다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탄과 원망은 새해를 설계할 때 또 다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새해 첫 날의 각오와 다짐이 새해의 마지막 날에도 이어져 아름다운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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