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지역에선 '지방 죽이기'란 탄식이 나온다. 현행 1~9등급으로 의무적으로 나누는 상대평가의 경우, 수도권의 특목고의 우수 학생도 성적에 따라선 낮은 등급을 받는다. 반면 같은 학업능력을 가진 지역 일반고생은 더 높은 등급을 받아 대입에서 유리했던 게 사실이다. 절대평가로 바뀌면 이런 장점은 없어진다. 수도권에 진학하려는 지역 우수학생들이 필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상대평가가 학생 간 과도한 경쟁을 빚는 데다 최근 강화하는 창의·인성 수업을 활성화하려면 절대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진단과 방향은 원칙적으로 옳다. 학생들을 첫째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는 상대평가는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다. 상위 4~11% 학생의 내신만 관리하고 나머지는 포기하는 일부 고교의 비뚤어진 입시 전략을 바로 잡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적 부풀리기, 특목고 바람과 고교 서열화 등 우려도 적지 않다. 사교육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다. 교과부는 고교등급제 혹은 학교 줄 세우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학이 절대평가를 빌미로 특목고, 자율고 학생들을 우대하면 공교육 일반은 특히 지방 교육은 붕괴되기 십상이다. 일선 학교의 성적 부풀리기를 차단할 방안도 세워야 한다. 2004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뀐 것도 이 때문이었다.
각 학교의 평균점수가 공개돼 있어 방지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예상되는 문제점을 철저히 검토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과부는 일반고가 특목고에 못지않은 학교로 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학들도 점수 위주의 선발이 아닌 창의·인성을 잣대로 선발하고, 다양한 고교의 특성을 입시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교육정책 변화가 명분도 실리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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