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출산을 기피하는 세태
2.통계자료에 나타난 저출산·고령화
3.현실적인 출산 장려책 마련 시급
5.일자리창출 확대 방안
대전에 사는 A(52)씨는 가난한 시절 태어나 어렵게 자랐지만, 자식에게는 자신의 어린 시절 어려움을 물려줄 수 없다는 생각에 열심히 살았다. 격동의 세월 속에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버지, 그리고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산 A씨는 집도 사고, 차도 사면서 나름 중산층이라 자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2년 반 전에 조기 퇴직한 뒤 지금까지 변변한 직장을 잡지 못한 채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셋째 문제에, 지병으로 돌아누우신 어머니, 그리고 그나마 모아두었던 돈도 바닥이 나 더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 A씨는 지금 전형적인 베이비붐 세대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한국 전쟁 이후 급격히 늘어난 출생률로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47~56세 집단인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6%로 사회의 최대 인구집단을 차지하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2010년 말을 기준으로 충남의 베이비붐 세대는 32만600여명이고, 이 중 남성은 16만7170여명 정도 된다.
이 중 대다수는 천안과 아산, 서산, 당진 등 충남의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가정은 물론, 국가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였지만 지금은 경제난과 생활고에 시달려 자살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등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50~54세 남성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09년보다 62.4명으로 2배 이상 높아졌고, 20년 전보다는 3배 높아져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남성의 자살률이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2010년 사회조사결과를 보면 자살 충동 여부 및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남성의 44.9%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도 자살률 급증의 주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제적ㆍ정치적 격변기를 이겨온 베이비붐 세대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경제 위기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치는 과정에서 '은퇴'라는 치명적인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열정과 패기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었던 베이비붐 세대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녀들의 뒷바라지와 노부모 공양을 해야 하는 '다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열심히 살았지만, 노후준비는 커녕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린 베이비붐 세대도 많다.
마지막 사회적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베이비붐 세대가 13.7%나 되고, 퇴직금이 없는 사람도 63%가 넘는다.
평균 은퇴생활비는 211만원으로 조사됐지만, 실생활에서 월평균 저축액은 17만원으로 퇴직을 위한 저축은 상상도 하기 힘들다. 평균 은퇴예정자의 금융자산은 퇴직금을 포함해 8000만원에 불과해 퇴직 2~3년 후면 소진될 수밖에 없다.
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베이비붐 세대 가장의 자살은 한 개인만이 아닌 다른 가족 구성원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심각한 문제지만 정작 이들의 재취업이나 실업에 대한 논의는 물론, 기본적인 진단과 문제제기 조차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를 일자리 창출 등 기회를 다양하게 창출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고, 또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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