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공무원들은 사회복지를 통계와 지침으로 하려고 한다. 특히 중앙부처의 공무원들은 각종의 사회복지현안에 대해서 줄줄이 외워대는 통계와 함께 아전인수식의 해석을 잘도 늘어놓는다. 그들은 연간 사회복지에 들어간 비용이 얼마이며, 작년에 비해 몇 퍼센트가 증가 했다는 통계자료를 들이민다. 그들이 내놓은 자료를 건성으로 살펴보면 사회복지예산이 파격적으로 늘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조금이라도 주의를 기울여서 살펴 본 사람은 금방 안다. 아주 그럴싸하게 포장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자연증가분을 순수증가분으로 호도하는 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또 전가의 보도(寶刀)같은 지침을 만들어 놓고 그 지침에서 한 발짝이라도 어긋나면 쥐 잡듯이 관계자들을 닦달한다.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는 일도 단죄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
교수들은 이론과 논리를 중심으로 사회복지를 이해하려고 한다. 교수들에게 있어서 사회복지란 자신이 알고 있는 연구방법론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좋은 대상일 뿐이다. 사회복지가 국민들에게 어떤 실체로 기능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설사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알고 있거나 배운 이론에서 어긋나면 그것은 사회복지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사회복지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가난한 이웃에 대한 애정이 없다. 이론적 호기심과 방법론적 타당성 여부가 더 큰 관심의 대상이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새로운 척도와 방법론을 선진적인 사회복지의 구성요건이라고 강변하면서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장을 떠난 이론과 논리의 위험성은 애써 외면해 버리고 만다.
사회복지현장의 지도자들은 사회복지를 로비와 눈치로 한다. 개탄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주장을 아니라고 반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돌아서서는 별소리를 다하지만 항시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대놓고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한다. 굳이 그럴 일이 아닌데도 먼저 사과하고 선처를 당부한다. 시설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배려를 요청해야 되기 때문에 영혼은 집안에 놓고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 두 번에도 안 되면 세 번이라도 담당자를 찾아서 읍소해야 한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지만 행여 하늘에서 뭐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녀 본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그 해결방법을 찾는 일에 골몰하는 것이 낫지만 오늘도 사회복지현장의 책임자들은 눈치를 살피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가 도무지 진정성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우울한 형국이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사회복지라는 말만 들으면 가슴이 뛰는 공무원과 교수 그리고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 아직은 훨씬 많다. 사회복지현장의 어려운 이웃이 생각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진다는 그들이 있기에 한국의 사회복지가 한 걸음씩 앞으로 움직여왔다. 예전 같으면 꿈같은 일이 실현된 것도 적지 않다. 사회복지의 우울한 측면을 강도 높게 돌아보는 이유도 2012년의 희망을 더욱 크게 갖자는 의미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역사는 전진한다는 점과 한국의 사회복지를 잘 다듬어진 열정으로 끌어안고 있는 사회복지인들이 많다는 점은 2012년을 기쁘게 품을 수 있는 행복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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