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에 후손들이 땅 속에 묻혀있는 스마트폰을 발견해서 선조들의 유물이라고 박물관에 전시했는데, 우리 후손들이 '이게 무슨 과학기술유물이야!'라고 말한다면 지금의 우리가 누리는 과학은 뭐가 되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선조들의 유물도 마찬가지지요.”
▲ 국립중앙과학관 정동찬 과장
|
'겨레과학'이란 말을 처음 썼지만 정 과장은 과학전공자가 아니라 역사를 전공한 인물. 일선 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재직하기도 했는데 그런 그가 '겨레과학'을 주창하게 된 건 20여 년 전 국립중앙과학관에 발을 디디면서부터다. 정 과장은 가마솥, 방짜유기, 옹기 등 우리 선조들이 일상적으로 쓰던 생활용품에 깃들어 있는 역사성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들어있는 과학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가마솥도 당시의 첨단과학기술이 담긴 유물입니다. 높은 압력과 고른 열로 밥을 고슬하게 짓는 통가열방식은 지금의 전자제품에도 응용됐지요. 또 우리가 흔히 놋그릇은 다 방짜유기인 줄 아는데, 방짜란 가장 질 좋은 합금을 일컫는 우리만의 합금기술용어입니다. 질이 좀 떨어지는 합금은 '퉁짜'라고 하는데, 우리말의 가짜, 진짜, 순짜와 통하는 말이지요.”
현대 과학에 밀려 소외됐던 겨레과학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 1999년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한 정 과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겨레과학의 실용화, 현대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 노력으로 겨레과학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는 쾌거도 이뤘고, 겨레과학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국립중앙과학관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겨레과학은 친환경 녹색기술입니다. 이런 겨레과학의 DNA, 맥이 끊기지 않게 하려면 모두가 우리 문화의 소비자가 돼야 합니다. 전통 붓이나 한지, 전통옹기 등을 많이 쓰면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겨레과학기술이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한편, 산업화될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힘주어 말하는 정 과장의 눈빛에서 겨레과학의 앞날이 밝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 국립중앙과학관 정동찬 과장은?
역사교육을 전공한 후 교직생활도 했으며 1989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과학기술사를 연구하면서 우리의 전통문화에 스며있는 다양한 과학적 원리와 슬기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다양한 역사유물 속 과학 원리를 ‘겨레과학’으로 정립했고, 전국의 장인들을 발굴해 겨레과학의 원천기술을 재발견했으며 산업화에도 일조했다. 이렇게 겨레과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정부정책에 반영케 한 공로로 1999년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겨레과학문화재탐방, 전통과학대학 등 국립중앙과학 내 프로그램의 기획·진행과 겨레과학응용개발사업 등을 비롯해 중도일보에 겨레과학을 알리는 칼럼을 수년째 연재하기도 했고, ‘옛것도 첨단이다’, ‘겨레과학인 우리공예’ 등의 저술활동으로 겨레과학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맹활약중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