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엿장수 - 동심을 울리던 푸근한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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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엿장수 - 동심을 울리던 푸근한 아저씨

  • 승인 2011-12-13 14:15
  • 신문게재 2011-12-14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찬바람이 불면서 탐스러운 흰 눈이 내리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엿장수의 떨거덕 떨거덕거리는 가위소리와 한겨울밤 골목길을 스쳐가는 약밥이나 찹쌀떡~♪~♬ 하는 소리이다. 이 소리와 함께 입안 가득고인 침도 꿀꺽 같이 넘어가곤 하였다. 요즈음은 엿이 흔한 음식이 되어 버렸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싸고 귀한 음식이었다. 선비가 과거시험을 보러갈 때 반드시 챙겨가는 것이었다. 머리를 맑고 총명하게 하는 음식으로 여겨졌다. 지금도 입시철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엿의 끈끈한 성질이 어느 곳에나 잘 붙고 한번 붙고 나면 떼어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시험이든지 꼭 붙어야 한다는 염원이 담겨있다.

엿의 종류에는 물엿, 갱엿, 깨엿, 땅콩엿, 콩엿 등 여러 가지가 있었고, 만드는 재료에 따라서도 쌀엿, 고구마엿, 옥수수엿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시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기다란 막대모습의 흰 가락엿은 갱엿을 여러 번 죽죽 늘이면 그 사이에 자잘한 공기구멍이 생겨서 희게 변하고 단단해진다. 이러한 공기구멍가운데 큰 공기구멍을 찾아내는 놀이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엿치기'였다. 이러한 엿과 함께 보통 옛 그림에도 보이듯이 엿판에 엿을 편편하게 적당한 두께로 펴서 가지고 다니면서 짧은 주걱처럼 생긴 엿칼을 대고 엿가위로 톡톡 쳐서 원하는 만큼 떼어주곤 하였다. 지금도 지역행사가 열리는 곳에 가면 엿장수들이 독특한 복장을 하고 엿가위 박자에 맞추어 품바타령을 하면서 엿가위와 엿칼로 엿을 떼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엿판을 어깨에 메거나 지게에 얹어 가지고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면서 엿가위로 장단을 맞추며 어린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엿장수가 있었다. 이 엿장수가 나타나면 마을 아이들은 벌떼처럼 모여 들어 엿장수 아저씨를 쫓아다녔고 기분 좋고 마음씨 좋은 아저씨는 엿을 그냥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더 먹고 싶으면 집안에 모아 두었던 빈병이나 고철, 떨어진 고무신 등을 가지고 나와 바꿔먹곤 하였다.

이러한 엿은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주로 쌀밥을 엿기름으로 삭혀서 식혜처럼 만든 뒤 삼베로 만든 자루에 넣고 짜낸 달짝지근한 물을 가마솥에 넣고 타지 않도록 저으면서 오랜 시간 고면 수증기가 날아가면서 엿이 만들어진다. 수분이 많으면 물엿이 되고 수분이 적으면 갱엿이 된다. 이 엿을 '조청'이라고도 한다. 이 조청은 집집마다 설날이 되면 만들곤 하였다.

오늘 하루쯤 엿장수 아저씨를 떠올리면서 엿치기와 엿가위소리의 추억에 잠겨보자.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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