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갤러리는 어른들의 동화 NEVE RLAND 전을 2012년 1월 12일까지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팍팍한 현실에 치여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꿈을 되새겨 보고 미술을 즐기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입시와 학교에 매여 어느새 성인이 되고, 자신은 물론 가족을 돌보며 팍팍한 사회를 살아온 어른들은 언제 내 안에 그런 꿈과 환상의 세계가 있었는지 추억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살아간다.
아이들이 생기고서야 잠깐 그 세계를 엿보면서 잊혀졌던 마음 깊이 흔적으로 남아 있는 그 꿈의 세계, 자신만의 '네버랜드'를 떠올려보기도 하지만 삶은 그곳에 앉은 먼지를 털어내 머리맡에 두고 가끔 이라도 펼쳐볼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8인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네버랜드로의 여행이 그렇게 언뜻언뜻 그 그림자만 비추고 사라져버리는 어린 시절 꿈의 세상을 눈앞에 열어주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는 '나이 들어도 잊혀지거나 변하지 않는' 언제든 다시 돌아가고픈 세계로 말이다.
▲ 김성재作 '피노키오' |
김성재 작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등장인물인 체셔고양이와 모자장수 그리고 피노키오 어린왕자 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동화 속 캐릭터들을 점토를 이용해 재창조한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피노키오가 길어진 코 끝에 빗자루를 매달고 있거나 생텍쥐페리의 주인공인 어린왕자가 나이들어 허리가 꼬부라진 모습 등 작가의 기분 좋은 상상에 우리를 동참시키며 웃음을 선사한다.
▲ 김지선作 'a candle' |
김지선 작가는 보이지 않는 곳 실존하지 않은 상상속의 공간을 연필과 펜의 가느다란 선을 이용해 구체화했다. 작품 캔버스속엔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환상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들로 신비로운 상상의 여운을 남긴다.
▲ 백승주作 '숲의 정령(story.1)' |
백승주의 작가의 작품은 사랑과 이별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돼 지난날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서로 사랑하지만 한 공간에 머무를 수 없는 숙명으로 새를 떠나 보내며 눈물을 흘리는 고양이. 15년을 함께 사랑한 죽음을 눈앞에 둔 반려동물과의 시간을 되새기며 차마 보낼 수 없는 가슴아픈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 삶과 죽은 그리고 사랑과 이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
손소정 롯데갤러리 큐레이터는 “아이들만을 위한 전시가 아니라 모두가 미술과 함께 아무도 개의치 않는 마음속 떨림과 휴식을 맛보며 전시장 문을 나서기 전보다 조금은 더 넉넉한 마음으로 다시 일상과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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