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우려 없는데도… 수갑 남용 빈발

골절·상처 등 인권위 진정건수 대전·충남 한해 10건 넘어 인권침해 논란 일자 경찰 안쪽면에 실리콘 재질 검토

지난 9월 새벽 A씨는 대전 모 지구대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 양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그런데 수갑이 너무 심하게 조여지면서 왼쪽 손가락 감각이 없고 오른손에는 상처가 났다.

충남에 사는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B씨는 2009년 5월 음주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를 내 경찰관에게 체포됐다. 경찰은 양손을 뒤로 한 채 결박하는 소위 '뒷수갑'을 채웠는데 이 과정에서 B씨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골절됐다. 이는 경찰의 수갑 사용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측에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제기된 내용 중 일부다.

인권위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해까지 대전 충남에서 접수된 수갑사용 관련 진정 및 상담건수는 모두 100여 건. 대전 60여건, 충남 30여 건으로 지역 내에서 한해 평균 10건 안팎이 인권위에 접수되는 셈이다.

직접 범행에 연루되지 않았고 경찰관에게 위해를 줄 상황이 아님에도 수갑사용이 남용되는 경우도 있다. 충남에 사는 C씨는 2009년 1월 노래방에 갔다가 경찰 검문을 받았다. C씨는 당시 주정차위반 과태료 체납 사실만 있을 뿐인데 수갑이 채워져 연행됐다. 바로 석방된 C씨는 경찰이 부당하게 수갑을 사용했다며 인권위에 이같은 내용을 알렸다.

D씨도 지난해 8월 충남 모 지역에서 다른 사람에게 얻어맞아 출혈이 있는 사람을 경찰이 수갑을 채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에 D씨가 항의했는데 경찰은 자신에게도 뒷수갑이 채워 연행했다며 인권위에 도움을 청해왔다.

전국적으로는 2001년부터 올 7월까지 수갑사용과 관련해 모두 832건의 진정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진정 4만 3000여 건의 약 2%가량으로 단일 요소로는 가장 빈도수가 많은 편에 속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경찰의 수갑사용시 인권침해 소지가 많다고 판단, 얼마 전 경찰청에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줄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수갑 안쪽 면에 실리콘 재질을 대는 것을 검토하는 등 갖가지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