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두고 갈 수 없는 아픔과 분노를 치유하기엔 현실은 비관적이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의 배상이 인정된 금액은 전체 청구금액의 4.25%에 불과하다. “어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반영하는 수치”라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표현 그대로다. 그 피해는 어민들이 떠안은 채 검은 재앙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정말 특단의 대안이 없고서는 안 되겠다.
피해 청구에 대한 국제기금의 사정은 내년 상반기에나 끝날 예정이다. 그나마 5건 중 4건 꼴로 피해를 인정 못 받고 반려되고 있다. 양식장과 어장은 황폐화됐는데도 공식적인 어업 생산 통계나 어업소득, 특히 무면허·무허가 어업에 대한 입증방법 미비 등으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많다. 초기 지급률마저 형편없이 낮다.
태안의 비극은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명한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민적 관심과 123만 자원봉사자의 열화와 같은 참여로 빠른 복구 성과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약자이며 피해자인 태안, 보령, 당진, 서천 등 지역 어민들에게 억울한 일이 없어야 한다. 안일한 대처가 두 번 절망감을 안겼다.
지금 배상·보상 주체들만 바라보는 힘없는 어민들의 한숨소리를 한시바삐 그치게 해줘야 한다. 조업 중단에 대한 실제적인 지원, 그리고 액수로 환산할 수 없는 피어린 호소까지 담겨야 한다고 본다. 정부와 삼성 모두 국제기금 뒤에 숨지 않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촉구한다. 충남도의 역할도 중요하다.
피해 실정을 감안할 때 정부는 물론 원인제공자인 삼성중공업의 뒷짐지지 않는 자세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당초 약속한 101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정책사업 추진을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배려가 절실하다. 그러지 않고는 최악의 환경 재앙에 대한 체계적인 치유는 미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시간을 끌수록 충남 어민들의 고통만 가중될 뿐임을 분명히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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