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는 청수근린공원에 도시계획시설(골프연습장) 시행자 지정을 요구하는 원모(여·45)씨와의 행정소송에서 패소해 관련 비용 192만원을 지급한다고 8일 밝혔다.
소송의 발단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는 청수동 수도산 일원 26만㎡를 도시 근린공원으로 지정했다.
이어 2009년 면적을 24만330㎡로 줄이고 골프연습장, 눈썰매장, 수영장, 복합스포츠센터 등을 설치하는 도시계획을 수립했었다.
하지만, 도시계획시설은 수립 이후 40년이 넘도록 시행되지 않으면서 개발이 제한된 가운데 보상마저 미뤄와 토지주들은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
더욱이 청수공원 인근에 시와 LH가 최근 청수택지를 조성하면서 개발에 따라 주변 지가가 폭등하자 공원 내 토지주들의 개발요구가 이어졌지만, 시의 재정부족으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소송을 제기한 원씨는 2005년과 2007년 경매와 매매를 통해 공원용지 2만9382㎡를 취득해 이 가운데 1만9931㎡에 대해 골프연습장 등으로 사용하겠다며 개발허가를 냈지만, 불허처분을 받았다.
원씨는 “공원계획상 예정된 부지인데도 개인이란 이유로 개발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충남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가 패소하자 대전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했다.
대전지법 행정부(부장판사 최병준)는 판결문을 통해 “행정계획을 입안 결정함에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된다면 재량권의 일탈 남용으로 위법하다”며 “시가 조성하려는 청수공원 내용과 토지주가 추진하려는 골프연습장의 내용이 서로 다르지 않는데도 이를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도 원씨의 민원에 대해 “40년 넘도록 도시계획시설을 시행하지 않아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천안시가 도시계획시설결정을 해제하거나 2012년 6월 1일까지 매수 보상하도록 시정 권고했었다.
따라서 청수공원 또는 천안지역 근린공원 가운데 도시계획시설이 결정된 지역의 토지주들이 토지보상 대신 개별적인 개발을 신청해도 시는 더는 이를 막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천안시가 공시지가로만 1조 원에 달하는 공원부지 보상을 위한 재원마련과 토지매입·수용, 착공·준공, 개원 등에 관한 구체적 사업실시계획을 제시하지 못해 같은 소송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시 관계자는 “청수, 일봉, 봉서산 등 도심지 근린공원에 대한 개발압력이 거세지지만 1조원대의 보상대책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특별법 등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천안=맹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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