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등 다른 문명 포용한 관광정책에 깊은 인상

이슬람 등 다른 문명 포용한 관광정책에 깊은 인상

세계유산 두번째로 많은 스페인, 나라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가톨릭·기독교문화 풍부… 고야·피카소 등 뛰어난 화가도 배출

  • 승인 2011-12-08 14:23
  • 신문게재 2011-12-09 12면
  • 조성남 본사 주필조성남 본사 주필
[조성남 주필의 스페인 문화산책]-19. 연재를 마치며

▲ 스페인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 스페인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열흘 남짓한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은 여러 면에서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보고 싶은 나라들이 아닐 수 없었다.

스페인이 세계적인 관광대국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이슬람문명과 기독교문명이 공존하는 문화유산이 풍부하다는 점과 고야, 피카소를 비롯한 세계적인 화가는 물론 뛰어난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해 풍부한 예술품이 많다는 점, 그리고 남부 지중해지역 등 관광하기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꼽을 수 있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과 접해 있는 포르투갈과 지중해 건너 모로코도 이 같은 관광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강대국에 주로 관심을 가졌던 우리나라의 여행객들이 최근 들어서 스페인 쪽으로 오고 있는데 이는 두 가지 수요 때문이라고 한다.

하나는 스페인의 풍부한 문화유산과 자연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며 또 다른 수요는 스페인의 가톨릭성당 및 '산티아고로 가는 길'로 알려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성지순례에 나서는 기독교신자들이다.

최근 걷기열풍이 확산되면서 이 산티아고를 찾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필자 역시 언젠가 이 길을 걸으면서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싶다.

세계문화유산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나라 스페인은 나라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고 느껴질 만큼 가는 곳마다 여행객의 눈길을 잡아끈다.

유럽을 휩쓴 1·2차 대전의 포화도 피했고 내전 속에서도 스페인의 대부분의 문화유산은 그대로 살아남았다. 우리의 문화유산이 왜구와 몽고, 중국의 말발굽아래 파괴되고 약탈된 점에 비하면 몹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화려한 이슬람 공예를 보여주는 각종 수공예품들.
▲ 화려한 이슬람 공예를 보여주는 각종 수공예품들.
스페인에 전 세계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단순히 문화유산이 많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가톨릭과 이슬람, 유대문화가 서로 뒤엉켜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적 분위기를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대표적인 이슬람도시 코르도바, 그라나다는 물론 세비야, 톨레도 등의 도시는 가톨릭과 이슬람, 유대교의 종교적 분위기가 어우러진 골목길이 도처에 있었다. 스페인의 번성이 있기까지는 외래문명인 이슬람과 유대교 등의 공헌이 컸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보면서 포용력이야말로 한 국가나 조직을 발전시켜 나가는 관건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  이슬람 사원의 화려한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문양.
▲ 이슬람 사원의 화려한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문양.
스페인을 돋보이게 해주는 매력 포인트는 문화유산과 더불어 숱한 예술가가 배출된 예술의 고장이란 점이다. 프라도미술관(7)편과 스페인의 화가들(8)편에서 소개했지만, 세계적인 화가들을 배출한 나라가 스페인이다.

특히 고야는 이번 여행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일본의 어느 작가가 고야를 4부작으로 다루었다는 것을 얼마 전 계룡문고에서 보았다. 그는 여러모로 화가들이 배울 점이 많은 생애를 살았고 그가 그린 많은 그림들은 지금도 스페인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스페인은 비단 미술뿐 아니라 문학, 음악, 건축 등 예술 전방위적으로 풍부함을 지닌 나라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날 죽은 세계의 문호 세르반테스의 생애와 그의 작품 돈키호테의 무대가 되었던 라만차를 볼 수 있었던 것도 이번 여행이 준 선물이었다. 세르반테스의 일생은 불행한 일들로 점철 됐지만 그는 불행에 굴복하지 않고 특히 말년에 매우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쳐 스페인을 대표하는 대문호가 되었다. 경제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스페인과 전 세계인들에게 세르반테스의 생애는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가우디 역시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지금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예술가 중 하나다. 여전히 한쪽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이 성가족성당은 스페인의 다른 성당과는 분위기가 달라 그저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건축물 하나가 얼마나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지를 실감했던 시간이었다. 이 같은 예술품들과 함께 플라맹코춤은 사람의 정신을 앗아가는 묘한 매력을 지닌 문화상품이었다. 집시들의 한이 담긴 춤이면서 사람들의 혼에도 충격을 주는듯한 매력을 이 플라맹코춤에서 느낄 수 있었다.

스페인은 또 세계적인 휴양지를 보유한 나라다. 말라가에서 본 바다와 햇빛 및 휴양시설은 사람들을 반하게 만들고도 남았다. 그 누구도 이 유혹에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지중해 사이로 아프리카와 접해 있는 스페인의 지정학적 위치로 다양한 문명이 유입된 역사적 배경과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이 작용한 문화유산이 잘 보존된 점 여기에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는데다 예술적 분위기가 함께 어우러진 유리함이 스페인을 세계적인 관광국가로 만들었다고 하겠다.

필자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깊은 인상을 받은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우선 떠오른 것은 정책을 주도하는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스페인의 관광 진흥은 프랑코 시절에 입안됐다고 한다. 경제난을 탈피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프랑코가 관광을 산업으로 키우면서 관광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 하나만 놓고 보아도 지도자의 정책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아무리 정책이 좋아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매력 포인트가 없다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또 좋아할 만한 구비조건을 갖추어야 비로소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아울러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 없는 문화적 요소를 찾아내 이를 특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궁전 역시 오랜 세월 방치해오다 관광산업이 진흥되면서 스페인정부가 보수작업을 하면서 일약 세계인의 눈길을 모을 수 있었다. 이처럼 그 지역에만 있는 문화유산이나 문화상품을 잘 살려내는 일이 관건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스페인의 주요도시 광장에서 경제난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젊은이들의 텐트행렬.
▲ 스페인의 주요도시 광장에서 경제난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젊은이들의 텐트행렬.
포르투갈, 스페인, 모로코의 영고성퇴를 보면서 신은 공평하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한때 황금의 시대를 구가했던 스페인도, 대항해시대 자신의 국토 면적의 100배가 넘는 땅을 지녔던 포르투갈도, 한때 번성했던 이슬람왕국 모로코도 지금은 한결같이 경제난에 봉착해 있는 나라들에 속한다. 지금 사람들은 모두 경제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보면 지금은 그래도 전쟁의 포화가 덜하고 굶어죽는 사람도 많지 않은 평화의 시대로 분류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는 디지털시대이기도 한 지금 인류가 지향해 나가야 할 진정한 삶의 모습은 무엇일까도 되돌아보게 했던 이번 여행길이었다.

글·사진=조성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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