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
경영학자로서 숫자로 늘어놓다보면 더 신이난다. 한국의 수출액 세계 순위는 1964년 72위에서 작년 7위로 뛰어올랐고, 무역 규모는 1962년 4억7800만달러에서 2000배 증가, 세계 65위에서 9위로 올라섰다. 1962년 1인당 국민소득 87달러의 세계 최빈국은 200배 이상 증가한 2만759달러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이러한 한국의 경제의 성공요인을 논할 때 수출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말 그대로 한국은 수출이 경제 성장의 중심축이었다. 숱한 경제 위기도 수출 확대를 통해 뚫고 나왔다. 이러한 수출확대는 세계 181개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의 디아스포라(Diaspora·이산성(離散性))와 한국 가치의 글로벌화가 상충되었다는 점은 자랑할 만하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의 상품 수출은 세계 7위인 반면 서비스 수출은 15위에 머물고 있으며, 서비스 무역의 비중은 17.8%로 미국(21.2%)과 독일(18.8%)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 선박, 석유제품, 반도체, 자동차, 휴대전화 등 상위 10대 품목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수출과 경쟁력이 강하지만, 제조업중심의 대기업위주라는 것이 한국경제의 어두운 면이다.
또한 미국, 일본, 독일 등의 국가가 대부분 국민소득 4만 달러 수준의 경제대국이라는 점에서 아직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지 못한 우리나라가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한 것도 지적의 한 부분이다.
즉 2만 달러에 너무 오래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의 변화에 의해 많은 기업이 도산하면서 다시 창업하는 정신즉, 기업가정신이 사라진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 하겠다. 다시 말하면 헤르만 지몬 교수가 주장한 것처럼 기술력과 창의력을 갖춘 수출 강소기업, 즉, 히든강소기업의 등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창업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가의 존경과 기업가정신을 존중하는 사회적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국전쟁 후 한국의 산업사회를 이끌고 가던 수출 1세대들의 기업가 정신을 재조명 할 필요가 있다. 정주영, 이병철, 구인회, 김우중 등의 기업가정신과 안철수, 이민화, 변대규등의 2세대의 창업정신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기업가가 얼마나 많이 존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70년대에는 수많은 기업인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이유를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창업하다 망하면 집안이 망한다거나, 한번 실패하면 재도전하기가 어려워서 망설인다는 것이다.
즉, 창업할 도전적 마인드가 결여되어 있고 사회적으로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내고 실현시키기 위해 조직하고, 실행하고,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의지의 표출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위험을 감수하는 의지의 표출이다. 젊은이들의 머리와 감수성은 과거보다 더 좋아졌다고 하겠으나 위험감수능력의 부족이 기업가정신을 사라지게 하는 중요요인이다. 무역 1조 달러 돌파를 보면서 새로운 기업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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