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디도스에 허물어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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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디도스에 허물어진 정치

  • 승인 2011-12-07 14:29
  • 신문게재 2011-12-08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필자의 글에서만 두 번째이고 범죄심리학, 경영학 등과 도시행정에서 두루 원용되고 있다. 골칫거리가 된 대전시내 정비사업 예정지의 공가, 폐가 관리에서도 “깨진 유리창 같은 범죄 사각지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전시의 쓰레기 없는 도시 캠페인에서도 '깨진 유리창 이론'이 직접 거론됐다. 사실 이 이론의 모델이 된 뉴욕시의 성공은 CCTV 추적으로 낙서와 쓰레기 투기를 봉쇄한 철저하고 강력한 실행력에 있었다. '세월이 약'이 아니었다.

▲ 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그 반면의 낙관론은 불필요하다. 유리창이 깨지면 유리점 주인이 돈을 벌어 빵 사러 갈 테니 경제가 살아날 걸로 본다면 대단히 우매한 예단이다. 깨진 유리창은 집안에도, 회사나 지자체와 국가에도 있다. 비공개로 통과시킨 한·미 자유무역협정, 최루액을 살포한 야당 의원, 취재기자가 깨진 국회 유리창을 뚫고 기자석 진입을 해야 하는 처량한 알권리…. 이 개그콘서트 같은 풍경 하나하나가 깨진 유리창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수행비서의 선관위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은 깨진 유리창 시리즈 중 최악이었다. 우선순위나 앞뒤가 없었다. 정치에서도 최선책(first best)부터 쓰고 그 다음은 차선책(second best)이고 차차선(third best)은 안 써야 좋다. 선의의 독재가 지배하는 사회를 최선으로 치기도 한다지만 현실세계에서 불가능하니 '민주주의'를 한다.

그러한 소위 민주주의의 꼴은 악의적 독재가 지배하는 차차선보다 괜찮다며 자위나 할 처지가 아니다. '개콘' 애정남(애매한 것 정해주는 남자)의 '디스와 농담의 차이' 정하기 따위를 한 방에 날려버린 것이 '디도스'였다. 너나나나 유리창을 깨는 와중에 커다란 통유리를 박살내다 딱 걸린 사람, 그가 바로 의원 비서 공 모씨다.

드러난 것만으로도 통닭 주문하듯 자행된 사이버 테러의 진도와 진폭은 엄청나다. 유리 몇 장 갈고 페인트칠하는 수준의 '쇄신책'을 꺼내려 했을 집권여당의 휘청거림은 이제 시작이다. 여론조사에도 반영돼 리얼미터의 12월 첫째주 한나라당 지지율이 28.7%로 26.1%인 민주당에 다가붙었다. (참고로, 충청권이 '텃밭'이라는 자유선진당은 1.5%.) 정부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도 콤보 세트로 떨어지고 있다.

민심 이반을 재촉하고 정치 근간을 마구 뒤흔든 디도스 사건은 쇄신안만이 아닌 예산국회도 삼켜버렸다. 물 만난 듯 민주당은 “디도스 공격은 한나라당 해체 사유”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조차 “당이 수명을 다한 것 같다”고 자조했다. 유리 몇 장, 창틀 한 개 수리가 아닌 리모델링, 재창당 이상이 요구되는 게 정확한 현상 인식일 것이다. 최악의 경우, 정당정치 뚜껑까지 훌렁 날아갈 판국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의 진정한 무서움은 100-1=0이 도래한다는 점에 있다. 최고위원 사퇴 정도로는 유리테이프로 '수리 중' 안내 쪽지 하나 붙여놓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태 파악이 도저히 안 된다면 차라리 해산, 해체해서라도 정치 슬럼화를 막는 방법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100+1=200의 결과를 내야 할 정치인 까닭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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