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위원 |
대한민국 국회의원 수행비서의 선관위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은 깨진 유리창 시리즈 중 최악이었다. 우선순위나 앞뒤가 없었다. 정치에서도 최선책(first best)부터 쓰고 그 다음은 차선책(second best)이고 차차선(third best)은 안 써야 좋다. 선의의 독재가 지배하는 사회를 최선으로 치기도 한다지만 현실세계에서 불가능하니 '민주주의'를 한다.
그러한 소위 민주주의의 꼴은 악의적 독재가 지배하는 차차선보다 괜찮다며 자위나 할 처지가 아니다. '개콘' 애정남(애매한 것 정해주는 남자)의 '디스와 농담의 차이' 정하기 따위를 한 방에 날려버린 것이 '디도스'였다. 너나나나 유리창을 깨는 와중에 커다란 통유리를 박살내다 딱 걸린 사람, 그가 바로 의원 비서 공 모씨다.
민심 이반을 재촉하고 정치 근간을 마구 뒤흔든 디도스 사건은 쇄신안만이 아닌 예산국회도 삼켜버렸다. 물 만난 듯 민주당은 “디도스 공격은 한나라당 해체 사유”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조차 “당이 수명을 다한 것 같다”고 자조했다. 유리 몇 장, 창틀 한 개 수리가 아닌 리모델링, 재창당 이상이 요구되는 게 정확한 현상 인식일 것이다. 최악의 경우, 정당정치 뚜껑까지 훌렁 날아갈 판국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의 진정한 무서움은 100-1=0이 도래한다는 점에 있다. 최고위원 사퇴 정도로는 유리테이프로 '수리 중' 안내 쪽지 하나 붙여놓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태 파악이 도저히 안 된다면 차라리 해산, 해체해서라도 정치 슬럼화를 막는 방법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100+1=200의 결과를 내야 할 정치인 까닭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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