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학 한국문인협회 회원·시인·자유지성300회 회원 |
한·미 FTA로 시끄러운 요즘에 나는 한·미 FTA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어느 기준에서 갈라지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찬성론자는 자유무역이 가져오는 범국민적인 이익을 논하고 있었고, 반대론자들은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반미주의에 기초하는 악의(惡意)를 표현하고 있었다. 결국 경제와 사상적 이념이라는, 전혀 다른 시각과 주장이 충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논의의 주제와 시각이 다른 이상, 토론과 협의가 있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 한·미 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대부터 추진하던 것으로, 당시 집권 여당이던 민주당의 전신(前身)인 열린우리당에서 추진하던 과업이었다. 당시에도 반미주의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설득하고 있었다. 이를 지원하던 정동영이나 유시민은 찬성론자들이었다.
그런 정동영이나 유시민이 태도를 표변하여 반대를 하는, 이런 이중적 행태 뒤에는 참으로 동의할 수 없는 정치적 거래가 깔려있음을 나는 싸늘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한·미 FTA 반대의 핵심은 종북친북당으로 널리 알려진 민노당이었다.
야당 의원들이 노무현 시절에 한·미FTA를 지지하던 논리적 근거를 버리고, 주장을 바꾸는 짓은 오직 모순이었을 뿐이다. 그 모순은 협잡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정권을 잡기 위한 민노당과의 정치적 협조가 민주당 내부에서 이처럼 한·미 FTA에 대한 이율배반의 틀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반미(反美)가 초점이 된 민노당의 반대 투쟁에 정치적 이익을 노리고 민주당의원들이 가세한 것이 바로 한·미 FTA 사태의 본질이었다.
결국 국민들은 진실이 매장된 채, 붉은 이념의 촉수 끝에서 놀아났던 것이다. 시위와 집회, 부라린 눈동자와 고함소리는 반미투쟁이었던 것이다. 북한의 반미주의와 연결된 이 모든 행위는 민노당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공격으로 마무리 되었다. 화염병을 던지고, 경찰을 불태우던 비극의 결말이 또 한번 그렇게 마감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종북주의자들이 내뱉는 의미 없는 독설(毒舌)만이 유령처럼 국회 앞을 떠돌고 있었다.
우루과이라운드나 유럽과의 FTA에는 입 다물고 있었던 세력들이 오직 미국과의 문제에서만 혈압을 높이는 이유를 이제 국민들도 깨닫고 있을 것이다. 도전하는 자는 문을 닫지 않는다. 쇄국으로 망한 역사는 비단 조선만이 아니다. 김정일의 북조선도 쇄국의 길을 걷고 있다. 북조선의 쇄국은 두려운 자의 몸부림일 것이다. 북조선의 문이 열리면, 김정일 체제는 망한다는 두려움, 미국에 대한 적개심, 그러므로 진실을 속이고 사는 김정일의 몸부림이 한·미 FTA에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미 FTA에 이념의 색깔을 넣고 휘젓는 무리들은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을 꿈꾸는 자들이라 말할 수 있다.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의로운 기백을 지닌 자들이 아니며, 민족의 거대한 기상을 이해하지 않은 자들이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자들이 아니라, 반미주의자들의 조종을 받는 자들이었다. 따라서 FTA가 싫은 것이 아니라, 오직 미국이 싫었을 뿐이다.
'한·미 FTA 반대? 그들은 경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꿈꾸는 것은 경제가 아니라 미군이 떠난 나라다. 그러므로 그들은 지금 경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반미(反美)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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