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성 부국장 ·도청팀장 |
지난 1일 종합편성(종편) 채널의 출범이 관심을 모으는 것도 바로 그 같은 이유 때문이리라. 이번 종편 탄생은 해당 방송사는 물론이요 대주주인 조중동 등 기득권 신문까지 온통 관련기사로 도배하는 등 요란스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종편 출범에 따른 연예인들의 개국행사 참석 여부 논란으로 트위터 상에서도 논쟁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등 적지 않은 이야깃거리를 몰고 다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청자들의 관전평은 냉랭하다. 기대만큼 종편이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수준이 시청자들의 수준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일 게다. 출발부터 준비가 덜된 종편 탄생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으니 어찌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겠는가.
어떤 채널은 출범 당일인데도 준비된 내용이 부족해 제대로 화면을 내보내지 못하는가 하면 일부 채널은 선정적인 뉴스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전직 여검사의 개인적 불륜에 초점을 맞춘, 선정적이며 폭로성의 취재를 통해 시청자를 사로잡으려 안간힘이다. 게다가 보수 방송답게 FTA집회와 관련해서 집회의 성격이나 시위자들의 당위성에 대한 보도 보다는 집회로 인한 교통 혼잡 야기를 더 부각해서 보도함을 볼 수 있다. 시청자 호기심에 변죽만이라도 울리려는 듯 나훈아의 최근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는 '인터뷰는 못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심지어 본방송시간에 재방송 프로그램을 짜야하는 일부 종편 채널의 고육지책(苦肉之策)만 보더라도 현재의 준비상황을 가늠할 수 있게 만든다.
옐로페이퍼(Yellow Paper) 또는 옐로 저널리즘 즉, 저속하고 선정적인 기사만을 주로 보도하는 저급한 신문과 흡사하게 출범 초기의 종편에서 옐로 TV의 일면을 떠올린다면 너무 성급하고 지나친 비약일는지.
이들 종편의 대주주인 조중동의 해당 종편 홍보는 또 어떠한가. 종편이 출범하면서 조중동 등은 온통 계열사 종편의 선전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며 종편은 역으로 계열사 신문 홍보에 안간힘이다. 시청자나 독자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한 시청률 조사기관에 따르면 개국 첫날 종편 4개사의 프로그램들은 각각 1개를 제외하고 모두 시청률 1%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종편들은 프로그램을 송출한지 1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종편 4사 가운데 시청률 1위'라는 '도토리 키 재기'식 홍보에 저마다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종편에 대한 시청자들의 냉랭함은 어쩌면 준비 덜 된 종편의 삐걱거림 못지않게 '종편=보수 방송'이라는 시청자들의 선입견도 한몫했을 것이다. 결국 성공적인 종편의 출범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다양하고 흥미로우며 공정한 프로그램 못지않게 방송의 정체성이 어떠하냐 하는 점도 되새겨봐야할 중요 사안인 것이다.
TV를 더 이상 바보상자로 만들지 마라. 종편 제작진에게 다시 한 번 당부하는 바다. 종편 출범 전부터 우려해왔던 조중동 보수 언론의 부작용이 종편에서 고스란히 드러날 경우 필자와는 또 다른 이유로 TV를 방에서 빼버리는 시청자가 생겨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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