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숙자 편집팀 차장 |
두 번째 사례. 슈퍼마켓에서 조카에게 줄 기저귀와 초콜릿, 식료품 등 생필품 34만원어치를 공공카드로 구입했다는 이유로 부총리를 낙마시켰다.
세 번째 사례. 국회의사당엔 주차장이 아예 없다. 그 자리에 수십 개의 자전거가 있고 국회의원들에게 주는 유일한 특권은 자전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정도다.
그간 우리나라는 16년간의 조사에서 4점대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2005년 5점대로 진입한 후, 2008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5.6점으로 올라섰지만 이후 2년 연속 0.1점씩 점수가 하락하다가 올해는 5.4점으로 정체된 모습이다. 대기업 비자금 의혹수사, 함바비리 관련 전 경찰청장 구속,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 등 각종 부정부패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공직사회를 보면 아마도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최근엔 세무공무원이 세금 수십억 원을 빼돌려 명품을 구입하고, 최고급 외제차를 사들이는 데 탕진하는가 하면 충북도는 공무원들의 외상밥값 파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복되는 공직자들의 비위에도 느슨한 도덕성 잣대와 솜방망이 처벌의 너그러운 징계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청렴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공직자들의 자발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어떤 사소한 규칙 위반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 무관용 정책)'가 바탕이 된, 부패가 뿌리 내릴 수 없는 투명한 국가경영 시스템 구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부패는 개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패와 뇌물은 전염병과 같아서 방심하면 빠르게 확산되고 한 국가를 몰락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기도 하다.
대전시가 '공무원 직무관련 고발규정'을 제정해 범죄행위를 저지른 공무원은 퇴직 후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무원 부조리 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공무원, 시민 상관없이 포상금을 지급하는 조례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의미있는 시작이다.
'청렴 국가' 더 이상 딴나라 이야기로 끝내지 말자.
김숙자·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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