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청렴국가

  • 오피니언
  • 청풍명월

[직선곡선]청렴국가

  • 승인 2011-12-05 14:17
  • 신문게재 2011-12-06 21면
  • 김숙자 편집팀 차장김숙자 편집팀 차장
▲  김숙자 편집팀 차장
▲ 김숙자 편집팀 차장
첫번째 사례. 태국인 불법체류자에게 비자를 발급해주고 그 대가로 집수리 등을 시킨 의원이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했고 지방 시찰 중이던 총리가 바쁜 일정에 쫓겨 교통과속을 하자 이를 목격한 주민들이 신고를 해 총리는 벌금형을 받았다.

두 번째 사례. 슈퍼마켓에서 조카에게 줄 기저귀와 초콜릿, 식료품 등 생필품 34만원어치를 공공카드로 구입했다는 이유로 부총리를 낙마시켰다.

세 번째 사례. 국회의사당엔 주차장이 아예 없다. 그 자리에 수십 개의 자전거가 있고 국회의원들에게 주는 유일한 특권은 자전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정도다.

이 사례들은 당연히(?) 우리와는 거리가 먼 딴 나라 얘기다. 부정부패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로 유명한 뉴질랜드, 스웨덴, 덴마크가 그 주인공. 얼마전 국제투명성기구가 사회의 부패 정도를 나타내는 '2011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했는데 한국은 10점 만점에 5.4점으로 183개국 중 43위로 지난해 39위에서 4단계 하락했다. 투명성이 가장 높은 국가는 9.5점을 얻은 뉴질랜드. 뒤를 이어 덴마크, 핀란드가 공동 2위를 기록했고 스웨덴이 4위를 기록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16년간의 조사에서 4점대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2005년 5점대로 진입한 후, 2008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5.6점으로 올라섰지만 이후 2년 연속 0.1점씩 점수가 하락하다가 올해는 5.4점으로 정체된 모습이다. 대기업 비자금 의혹수사, 함바비리 관련 전 경찰청장 구속,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 등 각종 부정부패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공직사회를 보면 아마도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최근엔 세무공무원이 세금 수십억 원을 빼돌려 명품을 구입하고, 최고급 외제차를 사들이는 데 탕진하는가 하면 충북도는 공무원들의 외상밥값 파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복되는 공직자들의 비위에도 느슨한 도덕성 잣대와 솜방망이 처벌의 너그러운 징계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청렴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공직자들의 자발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어떤 사소한 규칙 위반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 무관용 정책)'가 바탕이 된, 부패가 뿌리 내릴 수 없는 투명한 국가경영 시스템 구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부패는 개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패와 뇌물은 전염병과 같아서 방심하면 빠르게 확산되고 한 국가를 몰락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기도 하다.

대전시가 '공무원 직무관련 고발규정'을 제정해 범죄행위를 저지른 공무원은 퇴직 후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무원 부조리 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공무원, 시민 상관없이 포상금을 지급하는 조례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의미있는 시작이다.

'청렴 국가' 더 이상 딴나라 이야기로 끝내지 말자.

김숙자·편집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