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구 한 도로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주연(50·여)씨는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말에 그동안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겨울을 맞아 매출이 형편없이 곤두박질치고 있어 늘어난 전기요금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
한씨는 “매출은 오르지 않고 지출만 늘어나고 있어 하루하루가 위기”라며 “전기요금을 아끼려고 의류전시실의 전구를 일부 빼놓는다면 손님들에게 옷을 제대로 보일 수도 없어 매출하락이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지식경제부가 전기 수급조절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지역 상공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기불황 속에서 전기요금 인상에 대처가 쉽지 않은 중소상공인들의 시름만 늘고 있을 뿐이다.
지식경제부는 5일부터 전력 소비 증가율이 높은 산업용 고압 전기요금을 6.6%로 인상할 뿐만 아니라 학교·도서관 등 교육용 4.5%, 산업용·일반용 3.9% 등 평균 4.5%를 올린다.
서민경제를 고려해 주택용과 전통시장용, 농사용 요금은 동결됐지만 지역 경제계에서는 벌써부터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전기사용이 많은 전문상점의 경우에는 수십만원의 전기요금을 납부해온 터여서 요금인상으로 경영란이 예고된다.
동구 한 커피전문점의 경우, 오전 11시부터 이날 오전 3시까지 영업을 해왔는데 전기요금인상에 따라 영업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이 커피전문점 대표는 “날씨가 추워지자 거리 자체가 한산해져 매출에도 영향이 있다”며 “여기에다 전기요금으로 늘어난 지출 때문에 영업시간을 줄이든지 다른 인테리어 비용을 아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지역 산업체 역시 걱정하긴 마찬가지다. 24시간 가동되는 생산라인을 둔 한 지역업체는 내년부터 인건비가 인상되는데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생산원가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 중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이 곳곳에서 예고되면서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이 늘고 있다.
전기수급 문제를 요금 인상이라는 방법으로 조절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시스템 전환 및 새로운 정책 개발로 해결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역 경제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기요금 인상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요금을 올리는 방법을 적용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에너지 수급이 원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와 관계기관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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