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노상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
과연 마을 사람들은 어느 음식점을 찾아갈까? 세계 최고의 음식점과 우리나라 최고의 음식점도 같은 마을 안에 있으니 사람들은 당연히 마을에서 제일 맛있는 우리 마을 최고의 음식점에 찾아간다. 이를 통해 경우에 따라 우리는 외적인 것보다 내적이 것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인간생활에 필요한 세 가지 중요한 요소 즉 의식주 중에 음식은 우리의 실생활 환경과 더욱 밀접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예술도 정신적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의식주 중에 식에 포함되어 우리의 문화예술은 우리 마을 즉, 우리가 사는 대전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시민들로부터 최고의 문화예술로서의 인정도 우선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세계적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누구, 세계적인 소프라노 누구, 세계정상의 지휘자 누구 등.
물론 모두는 아니지만, 국외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주자 이름 앞에 세계적이라는 말로 포장하여 관객들을 현혹시키곤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나 종종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라는 스포츠의 목표가 있다.
그러나 음악은 오히려 더 신중히, 더 낮게, 더 가까이라는 말이 어울릴 수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그러기에 세계최고의 스포츠인은 있어도 세계최고의 음악가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경지에 오른 예술인들은 그들의 예술세계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인정해야 줘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우리나라에 세계정상의 교향악단을 창단하라는 계획이 세워져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기존악단의 4배 이상의 예산으로 추진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 기존에 있던 국립교향악단을 없애 버리고 국영방송국 소속으로 교향악단을 창단하여 오늘까지 이어 오고 있는 교향악단이다.
막대한 예산투자와 장기적 계획을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도 있지만, 필자가 보기엔 좀 무모한 계획이었다고 본다. 세계적인 교향악단이 있는 도시에는 거의 대부분 훌륭한 음악대학이 있다. 거기서 배출된 인재들이 그 도시의 다방면의 문화까지 영향을 주는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다.
이처럼 발전은 장기적으로 많은 것이 함께 병행하며 성장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한 점에서 대전은 분명히 지리적으로나 인프라 면에서 볼 때 부분적으로 집중 성장시킬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 일본의 경우 NHK방송교향악단은 70여 년 전부터 이미 저명한 음악가들을 초청하여 깊이 있는 음악을 단원들에게 체험시켰고, 최고 음향을 자랑하는 음악 홀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 가면 가장 부러운 것이 음악회장의 어쿠스틱 음향(공연장의 자연 음향)이다. 작은 도시에 가도 극장의 음향은 외관보다도 더 철저하고 완벽하다. 무대에서 발생된 음향이 관객에서 전달되는 방향성, 감성 등이 잔향음과 함께 치밀하게 계획되어 건축공학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야말로 세계적이 연주전용 극장들이다.
대전에 콘서트 전용 홀이 하루 빨리 건립되어야하고, 필자는 대전 시민들에게 시립교향악단을 통하여 대전이라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전하고 싶다. 연주전용 연주회장의 음향에 세심한 신경만 쓴다면 대전이라는 우리 마을에서 뿐 아니라 모두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최고 그리고 세계최고의 콘서트 전용 홀의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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