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기 시청팀장 |
대학생들은 과중한 등록금때문에 공부하기 어렵다며 등록금 경감을 요구하고 있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들은 애를 믿고 맡길 보육시설 찾기가 어렵다고 한숨짓는다. 소상인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울상이다. 실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불안정한 고용에 불안감을 호소한다.
일부 저축은행에선 서민들이 애써 모아 저축한 돈을 경영진이 자신의 호주머니 돈 쓰듯 흥청망청 빼다 쓰고 부적절하게 대출해 주다 적발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팍팍하고 고단한 삶에 실망스런 소식만 자주 들리니 국민들의 분노감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것 같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전체 고교 졸업자 10명 가운데 7명은 여전히 대학을 진학하는 게 우리 사회다.
국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줘야 할 정치권은 여전히 역할 부재이고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정치인을 혐오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왜 분노할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다양하게 분석한다. 사회양극화와 빈부격차에서 오는 소외감, 법집행의 공정성 상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배금주의 팽배, 인간의 존엄성 외면 등 삶의 영위에서 지켜져야 할 가치의 혼란에서 오는 좌절감이 분노를 치솟게 하는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충청권 주민들이 갖는 분노와 좌절감은 특히 심하다. 무엇보다 세종시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단독으로 보장해 주지 않으려는 모양새나 대전과 충남지역이 표의 등가성에 비춰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부분에서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대전과 충남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타 시도보다 국회의원 선거구가 적은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는 이미 건설을 둘러싸고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은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런 세종시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놓고 또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지위를 보장받고 출범예정인 세종시에 독립된 국회의원 선거구는 당연함에도 어찌된 모양새가 이웃 자치단체와 선거구를 붙이네, 마네식으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충청주민들은 답답할 뿐이다. 세종시 국회의원 선거구 문제는 법과 상식선에서 논란을 빚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선거구는 시도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ㆍ행정구역 등을 고려해 획정하되 기초자치단체 일부를 분할해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지 못한다'로 명시돼 있다. 그런 만큼 선거구획정위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세종시와 공주시를 하나로 묶는 안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내년 4월 19대 총선에서 세종시에 독립선거구가 설치되지 않을 경우 충북 청원군 일부 주민은 총선일에 세종시민으로서 세종시장과 세종시교육감을 선출함에도 국회의원 선거는 청원지역에 출마한 후보를 뽑아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판이다. 그럴 경우 주민들이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대전시의 국회의원 선거구도 불합리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말 현재 대전시 인구는 151만3877명으로 광주시보다 4만9000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국회의원 선거구는 광주시보다 2개나 적다. 대전은 울산시보다는 37만900명이 많은 데도 선거구는 울산과 똑같은 6개다. 대전시민의 투표가치가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평등성이 인정받도록 대전 선거구도 최소 1개 이상 증설돼야 한다.
광주시는 일부 선거구의 인구감소로 선거구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행정경계 조정을 통해 인접 자치구에서 인구를 붙여 선거구를 유지했다. 이런 모습을 본받아야 할 지 모르겠지만 대전도 서구와 유성구의 행정구역 경계조정을 통한 선거구 증설 기회는 분명 있었다.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분노의 시대는 이제 보내자. 상식과 순리가 제대로 통하는 사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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