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다. 로맨틱 코미디? 남녀주인공이 티격태격 다투다 알콩달콩 엮이고, 별 것 아닌 오해로 헤어졌다가 기적적으로 재회하는 스토리라는 걸. 안다 해도 흥미진진한 게 사랑이야기다. 관건은 누구의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내느냐, 하는 거다. '오싹한 연애'는 귀신 보는 여자의 사랑이야기다.
'오싹한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에 호러를 끌어들인 기묘한 영화다. 호러가 이끄는 전반부는 '오싹한'이란 제목이 무색하게 공포의 강도가 제법 세다. 조구가 여리의 집을 방문했다 만나게 되는 꼬마 귀신이라든지, 술에 취해 골아 떨어져 자는 조구를, 긴 머리를 천장 가득 풀어헤친 여자귀신이 덮치는 장면은 간담이 서늘하다.
공포영화 못지않게 잘 찍었다는 평이지만 공포 장면은 약(藥)이자 독(毒)이다. 몰입도는 높이지만 호러가 너무 강렬하다보니 정작 로맨틱한 상황이 눈에 들지 않는다. 로맨스가 중심에 놓이는 후반부는 달콤하고 애절하다. 하지만 어디서 귀신이 나올지 몰라 가슴 죄는 상황에서 사랑의 대사들은 허공을 헤맨다.
“뭐 이런 로맨스물이 다 있어?” 싶은 영화를 달콤하게 바꿔놓는 건 스토리의 힘이 아니라 손예진의 매력이다.
손예진은 '작업의 정석'에서 보여준 여우같은 능청스러움과 '아내가 결혼했다'의 톡톡 튀는 매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사소한 표정과 몸짓 하나로 안쓰러움과 코믹함, 처음 하는 사랑에 대한 설렘과 사랑스러움을 넘나든다. 술에 취해 주사(酒邪)를 벌이는 여리의 눈웃음은 손예진만이 가능한 연기일 듯.
이민기가 여리를 향한 감정에 솔직한 꾸밈없는 연기로 호흡을 맞추고,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현숙과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이미도가 순도 높은 웃음을 선사한다.
'시실리 2㎞' '카리스마 탈출기' '두 얼굴의 여친' 등의 시나리오를 쓴 황인호 감독의 첫 연출작. 만나려면 상해보험 생명보험 싹 다 들어야 하는 여자와 '깡'도 없이 비실한 남자는 과연 사랑에 골인할 수 있을까.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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