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오싹한 연애]손예진의 매력 스토리 힘보다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오싹한 연애]손예진의 매력 스토리 힘보다

'호러+로맨스+코미디'의 조합… 귀신 보는 여자의 사랑이야기 감독:황인호, 출연:손예진, 이민기, 김현숙

  • 승인 2011-12-01 14:41
  • 신문게재 2011-12-02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귀신을 보는 남다른 '촉'을 가진 탓에 여리는 외롭다. 귀신들의 해코지에 가족도 핀란드로 이민을 가버렸다. 그녀에게 연애는 꿈도 못 꿀 일. 그런데 길거리 마술사 조구가 다가온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가슴 설레는 사랑을 시작하는데.

다들 안다. 로맨틱 코미디? 남녀주인공이 티격태격 다투다 알콩달콩 엮이고, 별 것 아닌 오해로 헤어졌다가 기적적으로 재회하는 스토리라는 걸. 안다 해도 흥미진진한 게 사랑이야기다. 관건은 누구의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내느냐, 하는 거다. '오싹한 연애'는 귀신 보는 여자의 사랑이야기다.

보는 게 전부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여자에게 접근하려면 귀신들에게 해코지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겁나는 여자에게 한 사내가 겁도 없이 손을 내민다. 사내는 길거리 마술사 조구(이민기). 그는 무표정에 음산한 기운의 여리(손예진)를 보고는 호러 마술을 제안하고, 여리는 조구가 하는 마술쇼의 스태프로 일하게 된다. 사람들과 섞이길 꺼리는 여리에게 조구는 점점 마음이 끌린다.

'오싹한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에 호러를 끌어들인 기묘한 영화다. 호러가 이끄는 전반부는 '오싹한'이란 제목이 무색하게 공포의 강도가 제법 세다. 조구가 여리의 집을 방문했다 만나게 되는 꼬마 귀신이라든지, 술에 취해 골아 떨어져 자는 조구를, 긴 머리를 천장 가득 풀어헤친 여자귀신이 덮치는 장면은 간담이 서늘하다.

공포영화 못지않게 잘 찍었다는 평이지만 공포 장면은 약(藥)이자 독(毒)이다. 몰입도는 높이지만 호러가 너무 강렬하다보니 정작 로맨틱한 상황이 눈에 들지 않는다. 로맨스가 중심에 놓이는 후반부는 달콤하고 애절하다. 하지만 어디서 귀신이 나올지 몰라 가슴 죄는 상황에서 사랑의 대사들은 허공을 헤맨다.

“뭐 이런 로맨스물이 다 있어?” 싶은 영화를 달콤하게 바꿔놓는 건 스토리의 힘이 아니라 손예진의 매력이다.

손예진은 '작업의 정석'에서 보여준 여우같은 능청스러움과 '아내가 결혼했다'의 톡톡 튀는 매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사소한 표정과 몸짓 하나로 안쓰러움과 코믹함, 처음 하는 사랑에 대한 설렘과 사랑스러움을 넘나든다. 술에 취해 주사(酒邪)를 벌이는 여리의 눈웃음은 손예진만이 가능한 연기일 듯.

이민기가 여리를 향한 감정에 솔직한 꾸밈없는 연기로 호흡을 맞추고,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현숙과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이미도가 순도 높은 웃음을 선사한다.

'시실리 2㎞' '카리스마 탈출기' '두 얼굴의 여친' 등의 시나리오를 쓴 황인호 감독의 첫 연출작. 만나려면 상해보험 생명보험 싹 다 들어야 하는 여자와 '깡'도 없이 비실한 남자는 과연 사랑에 골인할 수 있을까.

안순택 기자 soota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대전교육청 성천초 통폐합 추진… 학부모 동의 난항 우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