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신 삼인성호(三人成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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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천]신 삼인성호(三人成虎)

[시론]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 승인 2011-11-30 14:09
  • 신문게재 2011-12-01 21면
  •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삼인성호'라는 말이 있다. 근거가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믿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위나라 혜왕 때 조나라에 볼모로 가게 된 방총(龐蔥)이 떠나기 전에 왕과 나눈 대화로 전해진다.

방총이 왕에게 “지금 시장(市場)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하면 첫 번째 사람의 말이나 두 번째 사람의 말은 믿지 않겠지만 세 번째 사람도 똑같은 말을 한다면 정말로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되니 그런 말을 귀담아듣지 말라”고 했다는데서 유래했다.

어느 시대인들 이런 세태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사회가 분화되고 가치관이 다원화하며 의사전달매체가 고도화되면서 그 양상과 미치는 영향력은 예전과는 견줄 바가 아니다. 옛날에는 주로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이야기가 전달되고 퍼져 나갔지만, 현대는 첨단기기를 통해 빠르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때로는 사실로 굳어지는 '신 삼인성호' 시대라 할 수 있다.

메시지 전달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정보통신기술의 등에 올라타고 그 속도뿐만 아니라 전성(展性)과 연성(延性)이 예전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카더라 통신'이 구식 소총이라면 SNS는 그 화력과 파괴력에서 비교가 될 수 없는 첨단 무기인 것이다.

최근 들어 밑도 끝도 없는 헛소문과 근거 없는 말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하게 번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간간이 유포됐던 루머가 SNS에서 엄청난 속도로 확대·재생산되는 양상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유포된 재벌 회장, 가수, 탤런트 등 유명인사의 사망설과 괴담만도 여러 건이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과 함께 불신과 불만이 늘어나면서 냉소적인 풍자와 의도된 주장이 '트위터의 리트윗'으로 빠르게 퍼져 나간다.

특히 정치, 사회적인 중요사안에 '폴리테이너(politainerㆍ정치연예인)'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면서 제도권 정당들도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는 정치가 시대의 풍향계를 읽지 못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업보라고도 할 수 있다.

자기의 판단과 주장을 적절히 포장하거나 가공, 정제하지 않은 채 동시다발적으로 전파하면 '만든 사람의 의도'는 위력을 발휘하고 사회는 들썩이게 된다.

이러다가는 '양치기 소년'이 활개를 치는 세상이 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보지 않은 일에 다른 사람의 말만을 믿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고 비록 자신이 직접 확인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면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더구나 평소 특정 인물에 거부감을 가졌거나 사회현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면 이에 쾌감을 느끼며 동조하고 나아가 확신으로 굳어 버리게 된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옳다고 해도 그 이야기가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니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그르다고 하더라도 꼭 그른 것은 아님에도 그렇다.

이러한 집단적인 행위에 먹잇감이 되는 당사자는 맥없이 무너지게 된다.

유언비어나 날조된 말에 현혹되지 않는 올바른 판단력과 가치기준이 뚜렷하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마는 조작된 여론이 상대방을 흔들어 버리려는 심리전으로 처 놓은 그물이라면 좀처럼 그로부터 벗어 나가기 어렵다. 또한 이러한 집단적인 '주장' 앞에 '진실'이 가지는 힘은 미약하다.

진실을 찾는 수단은 마땅하지 않고 소명하는 시간은 늘 부족하며 진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배는 떠나고 난 뒤다. 특히 이와 같은 루머와 거짓정보가 선거철에 떠다닌다면 올바른 인물을 어떻게 선택할 수 있고 흥미위주의 신상 털기, 희화화가 정도를 넘을 때 '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진실보다는 헛소문이, 정론보다는 곡론(曲論)이 더 믿음을 얻고 사회기류에 더 영향력을 미치며 또 책임은 없고 주장만이 성행하는 현상이 커진다면 앞으로 이러한 조류 앞에서 순기능과 균형감을 요구하는 과제와 마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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