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춘화 을지대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 과장) |
의학을 전공한 필자의 별자리 얘기가 낯설지도 모르지만, 빛으로 수년에서 수 백 년을 달려서 눈 앞에 펼쳐지는 저 먼 우주의 알지 못하는 얘기나, 많은 것을 알아냈다고 하나 여전히 모르는 게 더 많은 현대 의학은 대상은 다르지만 필자에겐 그다지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또한 우주와 생명에 대한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노력도 공통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겨울밤하늘을 슬쩍 한번 바라보자. 겨울에 동쪽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아래쪽에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별이 하나 있다. '시리우스'다. 큰 개자리의 가장 밝은 알파별이다. 태양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구상에서 맨 눈으로 보이는 가장 밝은 별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이 별의 원래 이름이 세이리오스-불타는 것-였다고 하니, 그때도 여전히 밝았었나 보다.
이제 그 위로 올라가보면 세 개의 별들이 연달아 반짝이는 별들이 보이고 양 옆으로 각각 두 개의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다. 아주 유명한 오리온자리다. 세 개의 별들은 오리온자리의 삼태성이고, 양 옆의 4개의 별들 중 유난히 빛나는 별은 '베텔기우스'와 '리겔'이다. 오리온자리도 아주 밝은 별들이라서 구름이나 주변의 빛으로 방해만 받지 않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세 개의 별이 반짝이는 삼태성 옆의 오리온 대성운도 볼 수 있다. 물론 화려한 붉은 색 성운 사진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오리온자리를 따라 서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다보면 밝게 빛나는 붉은 별과 조금 더 위에 맨눈으로는 형체를 규정짓기가 불분명한 뭔가가 반짝인다. 붉은 별은 황소자리의 알파별, '알데바란'이고 그 위의 별무리는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플레아데스성단'이다. 이 별무리에 대한 사랑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맨눈이나 쌍안경으로 이 성단을 본 사람은 그 신비로움에 빠져들고 이 성단의 사진을 본 사람은 파란색의 환상적인 화려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황소자리를 따라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보면 오각형의 별자리가 보인다. 마차부자리다. 오각형의 마차부자리에도 반짝거리는 알파별, '카펠라'가 보는 이를 유혹한다. 마차부자리의 동쪽 아래쪽에는 쌍둥이자리의 '카스트로'와 '플룩스'가 빛나고 있다. 쌍둥이자리 아래쪽에는 작은 개자리의 '프로키온'이 큰 개자리의 '시리우스', 오리온자리의 '베텔기우스'와 함께 겨울철 별자리의 대삼각형을 완성한다. 이 화려한 겨울밤하늘은 하늘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고 모진 추위를 알면서도 밤길을 나서게 한다.
이제 2011년도 12월 달력 한 장만 남아 있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겨울 밤하늘로 화려한 나들이를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 별자리와의 비교, 별자리에 얽힌 그리스와 로마 신화, 우주의 역사 등도 같이 살펴본다면 훨씬 유익할 수도 있다. 그것도 귀찮다면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겨울밤하늘은 일 년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올해는 일상에 파묻혀 잊고 있었던 겨울밤하늘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경이로움이 주는 설렘으로 가는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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