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작가 아담은 술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고 아침마다 조깅을 하는 건강 청년이다. 그런 그가 암의 일종인 척추종양 선고를 받는다. 27살 그에게 “살 수 있는 확률 50%”란 인터넷의 건조한 설명은 무슨 뜻인지 다가오지 않는다. 그냥 멍할 뿐.
하지만 주변이 달라진다. 마치 그가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위로를 건네는 동료들, 그를 바라보는 여자들의 눈엔 동정과 호기심이 가득하다. 시나리오를 쓴 윌 라이저는 '50/50'을 눈물 쏙 빼는 이야기로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눈물 대신 웃음을 택했다. 극중 카일의 말, “50 대 50이라고? 카지노에선 최고의 확률이야!”처럼 긍정의 힘에 기댄다.
'50/50'은 투병기, 보다 정확히 말하면 투병하는 동안의 주변 관찰기다. 웃음은 거기서 나온다. 지고지순까지는 아니더라도 걱정해주고 병상을 지켜줄 줄 알았던 애인은 바람피우기 바쁘고, 격려의 말도 부담스러운 판에 어머니의 잔소리는 늘어간다. 긍정의 힘을 설파한 절친 카일은 치료를 위해 박박 민 머리를 이용해 여자들을 꼬시자고 쏘삭거린다. 이론만 아는 초보 심리치료사는 환자를 오히려 황당하게 만드는 솜씨로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박장대소할 장면은 없다. 웃음과 눈물의 중간 지점에서 타협을 본 장면들 탓에 다소 밋밋하다. 이처럼 기복없는 영화가 관객의 공감을 얻는 데는 배우들의 연기가 관건이다. '500일의 썸머'에서 순수하고 귀여운 톰을 연기했던 조셉 고든 레빗은 암 선고를 받은 환자가 겪는 쇼크-분노-좌절-수용 등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잘 그려냈다. '그린 호넷'의 세스 로건, '인 디 에어'에서 호연을 보여준 안나 켄드릭, '헬프'의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등 미래의 기대주들의 조화가 영화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현실감을 주는 건 또 있다. 라이저는 자신이 20대에 죽음과 맞섰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시나리오는 감정을 자극하는 튀는 장면이 없어도 미소를 불러올 정도로 따뜻하고 짠하다. 이를 병상을 지켰던 세스 로건이 영화로 만들었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관객의 기립박수는 영화의 높은 완성도에 환호한 것이지만 암을 극복해낸 라이저의 용기에 보내는 격려이기도 하다. 라이저는 병을 극복하고 현재 작가로 계속 활동하고 있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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