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신규 아파트단지에 때 아닌 '입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매매 시장이 침체국면을 맞으면서 기존 아파트 처분이 안돼 신규 아파트 입주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입주 수개월이 되도록 입주율 4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잔금을 받지 못한 건설업체와 '대목'을 기대했던 부동산중개업소, 이삿짐센터 등도 입주 지연으로 울상이다.
▲신규 단지 입주 저조=9월 30일 집들이에 들어간 유성의 A아파트단지는 입주 두달이 다되도록 입주율이 11.5%(1000세대 중 115세대)에 머물고 있다. 신규 입주자 중 잔금 납부자는 50%에 불과해 건설사가 자금난을 우려, 고민에 빠졌다. 입주를 못하고 있는 일부 세대는 전세를 내놨지만, 이 마저 나가지 않아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인근의 B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8월 30일 입주가 시작된 이 아파트는 704세대 가운데 230세대만이 입주를 마쳐, 32.7%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집들이에 들어간 유성 도안의 C아파트도 885세대 중 250여 세대가 입주, 30%를 밑도는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입주 한 달이면 50% 이상 입주율을 보인다”며 “대전의 경우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은 넘쳐나는 반면 매매와 전세시장은 크게 위축돼 입주 부진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나오고 기존 아파트 값에 대한 호가는 높아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인 서모씨는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입주할 신규 아파트를 전세 놨지만, 나가지 않아 잔금 연체료를 물 처지에 놓였다”며 한숨을 쉬었다.
▲매매·전세가 하락=7월 이후 하반기 대전의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6241세대로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내달에도 도안 9블록 트리풀시티 1828세대가 입주예정이다.
이처럼 신규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면서 오름세를 보이던 전세가와 매매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용면적 85㎡ 기준 아파트 매매가는 7,8월에 비해 적게는 500만~1000만원 떨어졌고 전세가도 1000만원 이상 빠졌다.
실제로 둔산동의 전용면적 85㎡형 A아파트는 지난 7월부터 매매가가 떨어져 지금은 2억5000만~3억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4~5개월 새 1000만원 가량 떨어졌다고 밝혔다.
전세도 1억5000만~2억원으로 하반기 들어 1000만~1500만원 하락했다. 신규 입주 물량 폭주로 전세가는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관저동 전용면적 84㎡형 B아파트는 호가 2억1000만~2억2000만원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를 사겠다는 수요자가 없어 거래는 안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호가보다 1000만~1500만원 싸게 내놔야 거래가 겨우 될 정도라고 귀띔했다.
▲건설업체, 부동산업계, 이삿짐센터도 울상=신규 아파트 입주가 부진하면서 건설업체와 부동산중개업소, 이삿짐센터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신규 입주가 부진함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잔금 납부기한을 연장해주고 있다. 건설사들은 그러면서도 잔금미납 장기화에 따른 자금난을 우려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 입주 증가로 '대목'을 기대했던 부동산중개업소와 이삿짐센터도 때 아닌 '입주 한파'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잔금은 보통 분양대금의 20%로 신규 입주자의 경우 보편적으로 살던 아파트를 팔아 잔금을 치르는 형편이다”라며 “잔금미납 장기화로 회사 경영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백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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