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모 중학교 2학년 교실에서 시험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있던 박모 군을 옆자리에 있던 정모 군 등 남학생 3명이 구타했다.
3명의 학생들은 '머리 어깨 무릎 발'이라는 동요를 부르며 노래에 나오는 부위에 맞춰 박 군을 때렸다.
이 노래 속에는 머리, 어깨 등 신체부위가 24번 나오며 정군 등은 이 노래를 세 차례 거듭 부르며 70여대를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박군은 얼굴 좌측 안면에 심한 피멍과 안경이 깨지면서 눈 밑이 5㎝가량 찢어져 4주 진단을 받았다. 특히 박 군은 어릴 적부터 발달장애와 언어장애 치료를 받는 등 체력이 약해 체육활동이 쉽지 않은 정도인데 평소에도 가해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게 박 군 측 얘기다.
가해학생들은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가해학생 중 한명이 이틀짜리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해 쌍방폭행사건으로 비화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주변학생들의 진술내용 조사결과 3명의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며 박 군을 때리는 것이 장난처럼 보였고 가해학생 측에서도 이틀짜리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3명의 가해 학생들에게 각각 화해의 시간 갖기와 사과각서, 교내봉사, 집단상담 등의 조치를 내렸다. 또 피해학생에게도 화해의 시간 갖기와 개인상담 조치가 내려졌다.
이에 대해 박 군의 부모는 “세 명의 학생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명백한 학교폭력사건인데 객관성과 신빙성이 의심되는 조사결과를 가지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다니 말이 안된다”며 “경찰과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차원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하는데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 학교 이 모 교장은 “집단폭행은 의도를 가지고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것인데 이 경우는 의도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 놀다가 발생한 것으로 쌍방고소 건으로 번져 안타깝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생활지도에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 군의 부모는 지난 21일 대전시교육청에 집단폭행사건 조사요청 및 경찰서로 제출한 가해자, 피해자, 목격자진술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의록 등 관련 정보공개 요청을 낸 상태다.
이두배 기자 enq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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