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무릎~.” 네 개의 신체 부위가 돌아가면서 나오는 동요다. 이 노래에 맞춰 3명의 남학생이 같은 반 친구를 때렸다. 노랫말에 ‘머리’가 나오면 머리를 때리고 ‘어깨’가 나오면 어깨를 때렸다. 이 노래에는 신체부위가 24번 나오는데 이 노래를 세 차례 반복해 불렀다니 70여대를 때린 셈이다.
▲ 임연희 인터넷방송국 취재팀장 |
이 일은 한 달 전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이를 학교폭력으로 봐야할까? 아니면 같은 반 친구들끼리의 놀이로 봐야할까? 굳이 ‘애정남(애매한 것 정해주는 남자)’ 최효종에게 물어보지 않더라도 이들의 행위는 놀이보다는 폭력이다. 서로 장난을 주고받을 만큼 친한 친구들이 아닌데다 3명이 일방적으로 한명을 수십 대 때린 것은 폭행이다. 더구나 피해학생은 일정부분 장애를 가진 친구이니 집단폭력으로 봐야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학교에서는 이를 학생들 사이의 놀이로 보는 모양이다. 이런 일이 학교에서는 비일비재한데 별난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했다고 생각하는 눈치다. 이 학교 생활규정에는 집단폭행을 모의했거나 선동, 가담한 학생에게는 사회봉사와 특별교육이수, 출석정지의 징계를 내리게 되어 있지만 가해학생 가운데 한명만이 사회봉사를 받았고 나머지는 교내봉사와 사과각서, 집단상담에 그쳤다.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도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이라는 등 폭력보다는 놀이로 규정지었다. 가해학생들도 노래하면서 장난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중 한명은 단 이틀짜리 진단서를 끊어와 맞고소한 상태라니 폭력을 넘어 법적싸움까지 번지게 생겼다.
친구를 구타하는 행위를 놀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문제지만 사고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와 예방과 치유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 은폐․축소에 급급한 학교가 더 큰 문제다. 이정도 일 가지고 호들갑이냐는 안일한 시각이 학교폭력을 집단화․흉포화 시키는 원인이 된다.
지난해 대전지역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은 189건, 충남은 428건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대전이 19.6%, 충남이 19.2% 증가했다. 상해나 폭행, 감금, 협박 등 중범죄도 57.4%나 급증했다. 앞서 본 중학교처럼 사건 자체를 축소하거나 쉬쉬하며 넘어간 사례들까지 포함하면 학교폭력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더구나 학교폭력 피해학생 2명 가운데 1명은 같은 반 친구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있지만 이를 목격한 학생 3명 가운데 2명은 이를 보고도 모른 척한다는 조사결과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놀이로 치부되면서 범죄를 더욱 양산한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가해학생 스스로가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폭력을 휘두른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웃고 노래 부르며 때렸다고 해서 이것이 놀이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받아들였다가는 학교폭력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이 뻔하다. 학생들에게 가장 안전해야하는 학교가 가장 무서운 폭력현장이 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학교와 사회, 그리고 가정에서 폭력을 경계하고 그 폐해를 제대로 알려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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