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우]“천안인구 60만 눈앞… 도시 리모델링·광역체계 준비할때”

[박찬우]“천안인구 60만 눈앞… 도시 리모델링·광역체계 준비할때”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두루 경험 '행정의 달인' 지방자치 정착위해선 조직·인사·재정기능 중요

  • 승인 2011-11-23 14:07
  • 신문게재 2011-11-24 9면
  • 대담=오재연 국장ㆍ정리=맹창호 부장대담=오재연 국장ㆍ정리=맹창호 부장
[중도초대석] 박찬우 공무원소청심사위원장

박찬우 공무원소청심사위원장(52)의 좌우명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학창시절부터 그의 인생에서 중심축이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법과 원칙’을 10여 차례나 강조했다. 후배 공무원들에게도 입버릇처럼 공적가치를 가장 우선으로 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소 지나칠 정도로 스스로 엄격한 공직자로 보였다.

하지만, 어머님(79) 얘기가 나오자 정반대로 부드러워졌다. 그의 어머니는 노환으로 최근 병원에 입원 중이다. 아들을 ‘나라의 자식’이라 부르며 자랑스러워 했던 어머니는 “부끄러운 일을 절대 하지 마라”는 당부를 입버릇처럼 해왔고 그는“마음속에 항상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를 만나 지방자치의 미래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소청심사위원회가 다소 낯설게 들린다.

▲ 박찬우 공무원소청심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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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우 공무원소청심사위원장
▲소청을 한자로 풀이하면 '하소연'의 소(訴)와 '요구'의 청(請)으로 구성된다. 한마디로 공무원의 억울한 사정을 살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해 구제하거나 반대는 징계수준을 높이는 준사법기관이다. 1963년 설치돼 50년에 가깝다. 위원회는 위원장(차관급)과 공무원 출신의 상임위원(별정 1급) 4명, 법조인과 교수 등 외부전문가 4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불법 공직자처벌이 솜방망이란 지적도 있다.

▲양면성이 있다. 하지만, 억울한 상황에 대해서는 구제가 반드시 필요한 것 아닌가? 잘못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는데도 여론이나 사회적 분위기로 처벌을 받는 공무원도 많다. 희생양이 되는 경우다. 이 같은 일이 없어야 한다. 공직사회 안정은 국가생산성과 안정유지에 도움이 된다.

소청심사 대상 비위는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성 관련, 도박 등 공무원 품위손상이 42.5%로 가장 많다. 이어 직무태만 27.4%, 금품수수 15.1% 순이다. 소청심사에서 징계수위가 낮아지는 등 구제는 35% 수준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일방으로 치우치는 일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학창시절 행정고시에 합격했던데.

▲대학 4학년 때 행정고시(24기)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쑥스럽지만, 당시 23살로 최연소 연령이었다. 중앙부처와 자치단체를 두루 경험했는데 논산 부시장과 시장 권한대행으로 시 발전 전략을 정비했고, 대전 부시장으로서는 지역경제 활성화, 대덕특구 개발, 서남부 도시개발 등을 추진했다.

중앙정부에서는 규제개혁기본법 제정방안을 마련하고 기획예산담당관으로 나라 살림을 총괄했었다. 국가기록원장 시절 대통령기록법을 제정했다. 윤리복지정책관 당시 뜨거운 현안이었던 공무원 연금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초대 공무원 노사교섭 정부대표로 건전한 공무원 노사관계 정립에도 이바지했다. 조직실장으로 정부조직을 대국ㆍ대과 체제로 개편했다. 기획조정실장으로 행정안전부 업무를 총괄하면서 천안함, 연평도 포격도발, 구제역, 일본 대지진 등 주요 국정 현안 대응을 지원했다.

중앙과 지방자치단체를 두루 경험한 것은 공직자로서 큰 행운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항상 큰 틀에서 바라보며 국익과 시민의 편에서 온 정성을 쏟으려 노력했다.

-행정체제(구역) 개편논의가 꾸준히 제기된다.

▲큰 구조나 틀에서 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하다. 과거 100여 년 전 교통과 통신이 발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 시대를 맞았다. 일선 집행과 관계된 경우에도 중앙부처가 특별행정기관을 지방에 둬 집행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와 중복되거나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국토가 작은 나라를 너무 잘게 쪼개면 행정경계 때문에 낭비성 중복투자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인사와 예산에서 과감한 이양과 교통정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광역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 천안도 이 같은 틀에서 행정체제 개편 등 미래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지방자치와 관련해 설명한다면.

▲지방자치가 올바로 정착하려면 조직, 인사, 재정의 기능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현재 지방사업 대부분은 중앙정부의 사업과 매칭사업이다. 지역축제나 자치단체장 공약 등을 제외하고 지방자치 스스로 계획하는 사업은 거의 없다. 중앙정부 사업을 보조금을 받아 시행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이 지방자치를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과감한 이양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이다. 전국적으로 재정자립도가 50% 정도인데 우리 충청도는 더욱 낮다. 지방자치단체 수입으로 월급도 못 주는 자치단체가 수두룩하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 2인데 집행되는 상황은 중앙이 4 지방이 6으로 지방이 많이 쓴다. 결국, 교부세와 보조금 등으로 지방에 보내진다.

돈을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것은 결국 사업계획결정권을 중앙이 갖는다. 지방에서 실제 집행이 6대 4라면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불균형도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명실공히 지방자치가 확립된다. 개인적으로 인사자치보다 중요한 게 지방재정이라고 본다.

-결국, 중앙정부가 풀어야 하는 것 아닌가.

▲눈여겨봐야 하는 게 중앙적 시각이다. 중앙에서는 지방정부의 역량이나 도덕이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월하다. 경전철이나 호화청사문제가 터질 때 재정에 대한 지방분권은 후퇴하거나 방해를 받는다. 재정에 대한 지방분권을 확대하는데 장애요인이다.

이런 것들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지방의 행정역량을 질적으로 강화하는 노력을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사람을 바꿔야 하는 데 즉, 교육이 절실하다. 양질의 사람을 채용하고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고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인사의 규율을 보여줘야 한다. 자치단체별로 도(道)와 시ㆍ군의 인사교류가 안 되고 중앙과 지방의 교류 역시 되지 않는 상황이다. 공직의 들어오고 나가는 시스템도 오픈화되어야 한다. 개방형 시스템으로 전문성을 갖춘 채용이 필요하다.

-천안시의 발전방향을 조언하면.

▲천안시의 발전은 '비약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각종 산업단지로 기반도 충실하고 세종시, 과학벨트 등 성장촉진의 동인이 많다. 인구 60만명이 코앞인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도시리모델링과 광역체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도시리모델링의 핵심은 문화생태도시이고, 광역체계는 인구 100만도시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행정체제 개편방향을 감안해 국가계획에 반영할 것들을 미리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이러한 것들을 추진하는 정치력과 네트워킹에 힘을 쏟아야 한다.

주요시책이나 사업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의견을 조정하는 합치행정이 종국에는 더 효율적이다. '밀어붙여'로 통용되는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사업의 타당성과 투명성 확보는 시민참여 확대를 통해 이뤄진다.

-정치력과 네트워크를 강조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우선 출향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박찬우 위원장은 천안출신공직자모임인 천공회 회장이다) 천안출신 공무원이 중앙부처에만 250명이 넘는데 네트워킹이 잘 안 돼서 서로 잘 모르고 지낸다. 이들만 잘 활용해도 국가사업 유치와 예산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애향심을 갖도록 하자는 얘기다.

정치력을 기르는 문제 역시 여야가 함께 풀어야 한다. 천안은 인구증가로 국회의원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시민들 처지에서는 선거구 증설도 중요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국가와 지역을 위해 올바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의원을 한 명이라도 더 뽑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다만, 선거구가 현재 2개에서 3개로 늘어난다면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분명 바람직하다. 언론보도에서 천안시도 이를 대비해 행정구역을 개편하는 방안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정치력을 집중시키지 않으면 자칫 소외될 수 있다. 여야와 지방·중앙을 가리지 않고 범 천안권의 합심으로 풀어나갈 문제다.

-어머니가 병석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노환이다. 팔순에 가까워지셨으니 여러 병환을 앓고 계신다. 최근 어머니가 입원해 병석을 지키며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읽었다. 아내의 친구가 선물해 준 책인데 장남인데도 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한 회한의 심정이다. 어머니는 내게 “큰아들은 나라의 아들이다. 돈은 없어도 살 수 있으니 부끄러운 일을 하지마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이를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입장에서 자식에게 희생한 어머니에게 죄송스러울 뿐이다.

-지역에서 선거철마다 꾸준히 세평이 거론된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지도 못하고 지인 몇 분 만나고 황급히 올라오는 것이 전부였다. 정말 죄송스럽고 안타깝다. 아직은 정부에서 할 일이 더 있고 기회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공직을 은퇴하면 고향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현재 공직 신분에서 출마를 논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어떤 형태로든 어느 위치든 고향을 위한 일이라면 수고를 마다하지 않겠다. 한 번도 고향을 잊은 적은 없다. 대담=오재연 국장(천안본부장)ㆍ정리=맹창호 부장(천안취재팀장)

●박찬우는?
 
1959년 4월 15일 천안출생. 남산초. 천안중. 용산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인디애나대 행정환경대학원. 행정학박사.

행정고시합격(24회). 국무총리실 세계화추진기획과장.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정무·행정). 논산 부시장. 논산시장 권한대행. 행정자치부 기획예산담당관. 정책기획위원회 사무국장. 정부혁신세계포럼준비기획부장. 국가기록원장. 행정자치부 윤리복지정책관. 대전광역시 행정부시장. 행정안전부 조직실장.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현 소청심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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