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고 수확하는 기쁨에 감사”

“씨 뿌리고 수확하는 기쁨에 감사”

3년차 초보농부 농사에 흠뻑 농사 즐거움·소중함 깨달아 더불어 나누며 사는 삶 실천 “많은 도시민의 동참 바라”

  • 승인 2011-11-22 18:07
  • 신문게재 2011-11-23 4면
  • 이은미 기자이은미 기자
[중도 60년 희망 60인 인터뷰] 33. 대전도시농부학교 이경자 대표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스스로 작물을 키워 먹는 텃밭농사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말농장이나 상자텃밭 등 다양한 형태의 텃밭농사를 지으려고 하지만 시간도 없고 농사짓는 방법도 몰라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농사를 짓고 싶은 도시민을 대상으로 함께 농사짓는 법을 배우고 생태적 가치를 나누는 곳이 있다.

'사람연대 대전마을'이 3년째 운영하고 있는 '대전도시농부학교'.

▲ 흙을 되살려서 스스로 작물이 잘 자라도록 하는 농법이 생태농법이라고 말하는 이경자 대표. 더 많은 사람들이 '대전도시농부학교'에서 생태적인 가치와 자립하는 삶, 농사의 즐거움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배우고 성찰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흙을 되살려서 스스로 작물이 잘 자라도록 하는 농법이 생태농법이라고 말하는 이경자 대표. 더 많은 사람들이 '대전도시농부학교'에서 생태적인 가치와 자립하는 삶, 농사의 즐거움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배우고 성찰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람연대 대전마을'의 이경자(46) 대표는 2009년 대전도시농부학교 1기생을 모집하면서 자신도 1기생으로 참여해 농사짓는 걸 배웠다고 한다.

“저도 농사를 배우면서 참 많은 걸 깨달았고,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지렁이를 보고 도망치기도 했는데 이제는 사랑스럽기까지 하고요. 날씨에 따라 어제 심은 배추랑 무 걱정 하느라 제 아이 걱정이 뒤로 밀릴 때도 있지요.”

교육과 문화공동체 구성을 위해 활동을 시작한 민간단체 '사람연대 대전마을'이 '도시를 경작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시작한 대전도시농부학교는 단순히 농사짓는 법만을 가르치진 않는다.

자연스러운 농사, 생태적이고 자립적인 삶,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함께 실천해 간다고.

대전도시농부학교 문을 연 후 처음으로 벼농사도 지어 봤다며 갓 찧은 햅쌀 가마니를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 대표는 농사를 지으면서 도시에서의 삶이 얼마나 철 모르는 삶이었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씨 뿌리고, 밭 갈고, 거두는 일 모두가 제 때, 제철에 해야 하기 때문에 농부의 삶은 철을 아는 삶이라고 말하는 3년차 농부 이 대표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히고 손끝으로 느껴야 하는 자연의 시간을 알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대전도시농부학교와 생태귀농학교의 도시농부들은 땀 흘려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짓다 보면 흙에서 배우고 자연에서 깨닫는 것이 많다고 말한다. 이들이 두레밭(공동텃밭)에서 함께 일군 작물들은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나누기도 한다. 사진은 옛날방식 그대로 탈곡하는 모습.
▲대전도시농부학교와 생태귀농학교의 도시농부들은 땀 흘려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짓다 보면 흙에서 배우고 자연에서 깨닫는 것이 많다고 말한다. 이들이 두레밭(공동텃밭)에서 함께 일군 작물들은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나누기도 한다. 사진은 옛날방식 그대로 탈곡하는 모습.
흙을 직접 만지면서 땅의 에너지도 느끼고 몸을 계속 움직이면서 운동도 하고 자연의 이치까지 깨달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몰랐던 작은 벌레며 들꽃까지 볼 수 있기 때문에 명상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며 농사예찬이 끝이 없는 이 대표는 이러한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는 걸 알기에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청소년들과 나눌 길은 없을까 고민하다 청소년 농사배움터도 구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또 가족과 밥을 함께 먹는 것부터 시작해 대형마트 대신 시장에서 장을 보고 동네 구멍가게를 이용하는 것이 농촌을 사랑하는 일이며 지역공동체를 위한 일임을 강조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함 때문에 익숙해진 도시의 삶을 조금씩 바꾸고, 농업정책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과 하나 되는 삶, 서로 돕고 나누는 삶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지겠지요.”

대전도시농부학교 학생들과 함께 계산동에 있는 2310㎡(700평) 공동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 대표는 오늘도 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작은 씨앗을 사람들 마음에 뿌리고 있다. 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대전도시농부학교’ 이경자 대표는?

2008년 교육과 문화공동체 구성을 위해 활동을 시작한 민간단체 ‘사람연대 대전마을’을 설립해 활동을 시작, 사람, 자연, 평화라는 주제에 맞는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새로운 길 찾기를 위한 청소년 여행 프로젝트인 ‘로드스쿨’을 진행, 올해로 3기째를 맞고 있으며 농촌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공부방도 운영하고 있다.

2009년에는 도시농업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갖고 대전도시농부학교를 시작, 3기생들을 배출했으며 귀농을 앞두고 있는 이들을 위한 ‘생태귀농학교’ 1기생들을 배출했고, 공동텃밭에서 함께 가꾼 작물들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사라지고 있는 토종 씨앗을 지켜가기 위해 전국에서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씨앗을 찾고 기르고 나누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시골 어르신들에게 대대로 받아온 씨앗이 있다면 대전도시농부학교로 전해 주시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월요논단] 대전 대기업 유치, 겉도는 헛바퀴
  2. 철도지하화 발표 코앞… 대전 파급력 등 평가 긍정적 기류
  3. 대전 상장기업 64개 넘어...올해도 달린다
  4. 대전시의회 조원휘 "안산산단 9부 능선 넘어"… 불필요한 책임공방 무의미
  5. 대전시, 꿈씨 패밀리로 도시경쟁력 강화한다
  1. [오늘과내일] 역사 속 을사년
  2.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
  3. 2025 대전 사회복지계 신년교례회 개최
  4. 더불어민주당 각급 위원회 발대식 "민주주의 회복과 사회대개혁 앞장"
  5. 세계로 가는 수자원공사 중동이어 아프리카 시장 진출

헤드라인 뉴스


자원봉사·CCTV 확대 ‘졸속’… 학교안전 근본대책 마련을

자원봉사·CCTV 확대 ‘졸속’… 학교안전 근본대책 마련을

대전에서 발생한 초등생 피습 이후 돌봄교실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근본적인 학교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전교육청이 사건 이후 대책으로 발표한 자원봉사자 배치로는 현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인력과 예산을 투입한 실질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전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대전지부는 17일 오전 각각 대전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의 근본적 학교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돌봄전담사는 오후 7시까지 혼자서 돌봄교실..

대형마트 휴업 평일전환 시 상권매출 3% 상승… 대전 휴일전환 힘 받나
대형마트 휴업 평일전환 시 상권매출 3% 상승… 대전 휴일전환 힘 받나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이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할 경우 인근 상권 평균 매출이 3%대로 상승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답보 상태인 대전 대형마트 평일 휴업 전환이 힘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이해 당사자인 노동자 등은 반대 의견을 강하게 내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의무 휴업일을 평일보단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 등이 발의되면서 시일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17일 산업연구원의 '대형마트 영업 규제의 변화와 경제적 효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주말 영업은 주변 상권에 평균 3.1% 수준의 매출 상승효과를 나타냈다. 연구원은..

`충청광역연합’ 정부재정 필수… 민주당 충청의원들 법안 발의
'충청광역연합’ 정부재정 필수… 민주당 충청의원들 법안 발의

대전과 세종, 충남·북이 함께 출범한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의 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충북 청주청원)이 17일 대표 발의한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대전과 세종, 충남·북 국회의원들이 대거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의 핵심은 지방교부세법 제2조 제2호에 두 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설치할 수 있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추가해 충청광역연합도 지방교부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특별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인도 점령한 이륜차와 가게 홍보판 인도 점령한 이륜차와 가게 홍보판

  • 봄마중 나온 나들이객 봄마중 나온 나들이객

  • ‘우리 동아리로 오세요’ ‘우리 동아리로 오세요’

  • 하늘로 떠난 하늘이…‘오열 속 발인’ 하늘로 떠난 하늘이…‘오열 속 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