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28명… 학교 작아도 실력은 최고예요

전교생 28명… 학교 작아도 실력은 최고예요

과학탐구·정보올림픽·영어경연 등 각종대회 상 휩쓸어 저력발휘 마을어른 학교에 초청 축하공연… 마음공부 학과공부도 '쑥쑥'

  • 승인 2011-11-22 14:22
  • 신문게재 2011-11-23 9면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중도일보ㆍ충남도교육청 공동캠페인 바른품성 5운동] 당진 정미초등학교

'학교 규모가 작다고 깔보지 마세요.' 전교생 28명. 도심지 학교라면 1개 학급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실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과학탐구실험대회, 충남정보올림픽 예선, 통일문예회화대회, 영어경연대회, 충남미술경연, 충남소년체육대회, 충남과학전람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각종 대회 수상실적만 놓고 보면 거의 전국구 수준이다.

알찬 실력으로 똘똘 뭉친 28명의 학우는 초미니 학교의 저력을 이렇게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학생 수가 적어 통폐합 이야기가 끊이지 않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초미니 학교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 마음공부와 학과공부로 전교생이 하나같이 각종 상을 휩쓸면서 다른 학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조그만 학교는 당진에 있는 정미초등학교(교장 김용철)다.

1924년 정미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한 정미초는 1996년 지금의 교명으로 변경해 올해로 제83회 졸업생을 배출한 역사가 깊은 학교다.

현재 1학년 6명, 2학년 2명, 3학년 1명, 4학년 6명, 5학년 8명, 6학년 5명으로 단·복식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어려움 속에서도 배움의 열정은 남다르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따라하는 정미초 학생들은 말 그대로 알찬 실력을 뽐내고 있다. 방학 중에도 학교가 좋아 학교로 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 학교 김용철 교장은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연방 아이들의 인사에 일일이 칭찬으로 응대하는 김 교장은 지행일치(知行一致)의 교육적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바른품성으로 학력을 쑥쑥 키우는 정미초를 찾아 알고 행함이 하나 되는 조화로운 학교 모습을 살펴봤다.

▲ 노인 복시시설 봉사활동
▲ 노인 복시시설 봉사활동
▲알고 시작하는 실천=올해 2년차 바른품성 자율운영학교인 정미초는 유치원생까지 포함해 전교생이 40명이다. 이중 편부·편모를 비롯한 결손가정의 학생이 35%를 차지, 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의 손길이 필요함을 알고 있다. 정미초의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때문에 학생들의 학력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거나 기초학력 부진학생이 많을 것이란 편견을 가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미초는 그런 편견이 바른 인성과 알찬 실력으로 아주 잘못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눔과 배려를 통한 사랑의 실천이 품성을 풍요롭고 건강하게 해주고 이것이 결국엔 학생들의 학력향상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례로 보여준다.

지난해 6학년을 대상으로 벌인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이 학교는 도내 430개 초등학교 중에서 한자릿수의 성과를 거둔 것만 봐도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올해 역시 기초부진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바른 품성이 학력향상에 얼마만큼 크게 작용하는지 정미초는 잘 알고 있다. 인성함양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시도하는 이 학교는 공경과 봉사를 통합적으로 운영해 학생들의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곧 학교장이 강조하고 실천하는 지행일치를 전교생이 본받아 모범을 보이고 있다.

▲학교 및 지역의 특성과 여건을 연계한 인성교육=정미초의 바른 품성 교육활동은 학교와 지역의 특성 및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학교 인근의 노인복지시설을 찾아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은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 일상이다. 그러나 정미초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 마을 경로잔치 봉사활동
▲ 마을 경로잔치 봉사활동
학교를 개방해 홀로 사는 노인과 마을 어른을 초청, 학교를 잔치장소로 제공하고 학생들은 어른들을 위한 축하공연을 선사한다.

어떨 때는 마을 할아버지의 칠순잔치행사를 학교에서 치르게 해 칠순잔치 주인공이 행사후 장학금을 쾌척하는 등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정미초는 문화적 혜택을 받기가 어려운 지역특성을 고려해 마을 어른을 학교로 초청, 예술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등 문화전도사 역할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학교내 게이트볼장은 지역 어른들의 평생교육차원에서 365일 무료로 개방하고, 게이트볼장을 찾는 마을 어른에게 학생들은 틈나는 대로 마실 물과 차를 대접하면서 공경의 마음을 되새긴다. 이밖에 가족간 관심과 사랑을 나누고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랑 그리고 꿈, 행복한 학교를 모두가 만든다.

김용철 교장은 “소규모 학교로 여러 가지 어려움은 있지만 앞으로도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어려움을 잘 파악하고, 학교 및 지역특성을 살린 알차고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이 따뜻하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천안함 추모 학교자체행사
▲ 천안함 추모 학교자체행사
▲체험으로 하는 나라사랑=이 학교의 나라사랑은 교장의 훈화에 그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대로 느끼고 만지는 체험에서 우러나도록 하고 있다. 분단국가의 현실을 직접보고 느낄 수 있도록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과 제3 땅굴, 비무장지대 박물관, 도라산 전망대, 최전방 휴전선 등을 전교생 모두가 찾아 나라사랑을 일깨운다. 올겨울에는 5~6학년생을 대상으로 판문점을 방문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1919년 4월 4일 학교 인근의 천의장터에서 일어난 4·4 독립만세를 재현하는 행사에도 전교생 모두가 참가해 목청껏 독립만세를 외치며 조상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체험으로 배운다.

지난해 3월 26일 있었던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 이 학교는 자체적으로 추모식장을 만들어 장병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렸으며, 1주기를 맞은 올해도 학교에서 추모행사를 시행, 그들의 고귀한 뜻을 가슴에 되새겼다.

이승규 기자 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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