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선 한국산학연협회장,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
'융합'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 없이 하나가 된다'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래 융합사회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전에 기인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 폰의 신기술이 전통산업에 접목되고 융합기술로 창출되면서 사회의 융합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메카트로닉스공학과, 디자인공학과 등의 융합학문 영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융합기술은 인터넷기술(IT), 나노기술(NT), 대체에너지기술(ET), 바이오기술(BT), 문화예술기술(CT) 등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각종 첨단과학기술과 문화, 예술, 그리고 인문학적 요소가 기존의 기계, 전기전자, 토목, 건축 등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기술과 연계되면서 새롭게 혁신적 특성을 창출해 내는 신기술 분야다.
융합기술 적용의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 폰의 등장이다. 인문학과 디자인, 그리고 반도체 및 인터넷 등 첨단 과학기술을 융합시켜 개발한 스마트 폰의 상용화는 토머스 에디슨이 마이클 패러데이의 전자기이론을 적용한 전구발명 등으로 사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역사적 사건에 비유된다. 스마트 폰의 본격적인 활용과 더불어 융합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로봇, 스마트 자동차, 스마트 건물의 등장, 그리고 이를 적용한 스마트 시티는 스마트 사회로의 변화, 즉 사회의 융합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융합기술에 의한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의 융합은 우리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 보다 매우 빠르게 그리고 매우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17세기 영국 등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화는 산업화시기 이전 3000년 동안 이루어진 사회적 변화를 300년 만에 바꾸어 놓았다. 20세기에 시작된 반도체기술에 의한 퍼스널 컴퓨터는 정보화시대를 만들었고 산업화시대 300년 동안 이루어진 변화를 30년 만에 이룩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스마트 폰 등 스마트 제품에 의한 지식융합사회에서의 변화는 정보화 사회에서 이룩한 30년의 변화가 3년 만에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융합과 통섭에 의한 학문과 기술, 그리고 문화의 통합이 가속화 되고 자유무역협약 등의 확대로 국가 간의 경제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또한 장소와 시간을 가르지 않은 지식과 정보의 공유화로 인종, 세대, 지역을 초월한 정치체제가 성립되고 있다. 사회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로 인류의 삶에 대한 기본정신과 국가의 운영 철학 또한 급격히 변하고 있고 변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격동 속에서 인류전체의 이익과 편리함을 추구한다는 융합기술의 기본원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 추구로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융합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지는 SNS를 통한 거짓과 협박, 과장된 블로그, 스마트 폰을 이용한 국제 범죄활동, 국가의 기밀정보 획득으로 국가 간의 분열조장 등은 더욱 쉽게 가능하게 되며 충분한 안전장치 없는 융합화 사회는 이전보다 더욱 위험하게 된다.
잘못된 융합사회는 세계화에 따른 양극화 문제, 유럽의 유로통화 단일화에 따른 국가 간의 재정 문제, SNS를 이용한 포퓰리즘에 의한 정치 문제 등을 더욱 확대시키고 꼬이게 만들 것이다. 비행기가 발명되고 대형 건물의 건축기술 향상으로 인류는 편해졌지만 인재나 시스템 잘못으로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처럼 융합사회에서 사고가 나게 되면 일개 개인, 조직, 국가만이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조직과 세계가 같이 영향을 받게 된다.
융합사회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일은 양극화를 극대화하는 세계화, 지나친 포퓰리즘에 의한 좌파 및 우파의 선동, 생명에 대한 경시와 윤리의식 없는 융합과학기술의 적용, 지나친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 중심의 국가정책, 혁신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의 성장, 미래의 경제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복지정책 등이다. 우리 모두 진정한 의미의 융합기술을 이해하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융합사회를 만들어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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