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남 본사 주필 |
서민 특히 지방에 사는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지수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수도권은 인구가 늘고 있지만, 지방은 인구가 줄거나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지방의 몇몇 도시가 인구증가에 성공해 축제분위기라는 기사가 실렸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지역의 대학생들이 주소를 옮기는 데 동참하는 등의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서 이루어진 쾌거(?)였다. 정말 지방이 살기 좋아서 인구가 증가한 자연현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면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으로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 연유는 두말할 나위 없이 생존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내의 한 신문에서 지방 국립대 문제를 다룬 시리즈기사를 보았다. 지금 전국의 대학이 퇴출위기 앞에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지방 국립대도 과거의 지방명문대라는 영예를 뒤로 한지가 오래다. 그렇게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집약하면 지방의 공동화현상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아무리 지방의 명문 국립대를 나와도 서울의 유수 대기업에 취업하기가 힘든 현실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나라의 모든 재원의 토대가 중앙집권적 시스템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구조 속에서 지방은 갈수록 살기 어려운 곳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실감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지역민을 둘러싼 제반환경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조짐만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언론계의 경우 종편이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게 되면서 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는데 그 여파는 지역 언론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언론 산업의 기반이 되는 광고시장을 둘러싸고 종편이 뛰어들면서 지역 민방을 비롯한 지방신문의 광고가 격감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지역의 피폐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언론학자들의 지적인 것이다.
지역민이 늘 몸담고 있는 지역의 현실 또한 갈수록 녹록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방자치의 현장이다. 내년도 지자체예산확정을 앞두고 기초·광역의회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의정비를 올리겠다고 나섰다.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지역민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의정비인상을 강행하고 있다. 지역민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고 이에 따른 지역현안이 산더미처럼 늘어 가는데 의정비부터 올리겠다는 지방의원의 모습에서 지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답답한 마음 금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일선지방자치단체의 오락가락하는 정책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들 수 있다. 지난 95년 이후 실시된 지방선거이후 단체장이 선출돼 왔는데 주민의 손으로 단체장을 뽑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결과는 꼭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임자가 하던 사업을 중지하거나 뒤집는 정책변경이다. 유권자인 지역민의 생각으로는 전임자가 해놓은 사업 중 지역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면 마땅히 계승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단 단체장이 바뀌면 전임단체장의 사업이 이어지는 경우가 드문 게 그간의 현실이었다. 마치 중앙정부의 정권이 바뀌면 과거의 정책이 흐지부지되는 것과 너무도 흡사하다. 그러다보니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도 뒷전으로 밀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지역은 사분오열되며 지방자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극단론까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그늘이 갈수록 확산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지역민은 의지할 곳을 잃은 채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 것인지 방황하는 게 오늘의 지역, 지역민의 자화상은 아닐지 상념에 젖게 되는 초겨울이다.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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