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단장 김정수 바르나바 천안신부동성당 주임신부)은 이스탄불에서 히포드럼과 오벨리스크와 그랜드바자르를 거쳐 성지순례 12일째인 6월3일 톱카프 궁전과 코라구세주성당에 도착했다.
▲히포드럼-히포드럼은 술탄 아흐메트 사원 앞에 있는 광장으로 로마시대 경기장 유적이다.
서기 203년 세로 500m, 가로 117m의 U자형 경기장에서 전차 경주가 최초로 열렸다.
현재는 3개의 기둥이 서 있는 광장으로 '아트 메이단(말의 광장)'이라고 불리는데 축제일에는 행사가 열린다. 당시에는 세계 각 지역에서 가져온 기둥, 조각상, 오벨리스크 등이 이 곳에서 전시됐다. 지금은 기원전 15세기 이집트에서 만들었다는 테오도시우스 오벨리스크, 479년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서 들여온 뱀 머리의 오벨리스크, 940년 콘스탄티누스 7세가 만든 콘스탄티노플 오벨리스크가 남아 있다.
▲오벨리스크-오벨리스크는 고대 이집트의 신전이나 능묘에 태양 숭배의 상징으로 세워진 기념비다. 하나의 거대한 석재로 만들어지는데 단면은 사각형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져 끝은 피라미드꼴이다. 기둥면에는 국왕의 공적을 상형 문자로 적은 글이 조각돼 있고, 전체 길이는 18~30m다.
최초의 오벨리스크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그들이 숭배한 태양신 '라'에게 바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벨리스크는 본래 신전 앞에 쌍으로 세워졌는데 고대 이집트 오벨리스크 대부분이 열강제국에 약탈당했다. 프랑스 파리 콩코드 광장에 1개, 영국 런던에 1개, 미국에 1개, 터키 이스탄불에 1개가 있고, 이탈리아 로마에는 무려 13개가 있다. 이중 미국과 영국에 있는 투트모세 3세의 것은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라 불린다.
▲ 아치형 돔 지붕으로 덮인 대형 실내시장 '그랜드 바자르' 내부 광경. |
지금은 관광지로 변했지만 독특한 열기만은 여전하다. 1455년부터 6년간 술탄 메메드 2세의 명에 의해 건축됐고, 16세기 술탄 술래이만 1세 통치 시기에 대대적인 확장을 비롯해 여러 번의 증개축을 통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랜드 바자르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실내 시장으로, 현재 60여개의 미로 같은 통로에 5000여개의 상점이 있다.
그 중 2개의 주요 통로 끝에 있는 입구 4개를 포함해 모두 20여개의 입구가 있다. 시장에서는 금, 은, 세공품을 포함한 각종 공예품과 특산품 등을 판매한다. 그랜드바자르는 비잔틴 시대부터 동서양의 교역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오늘날에는 하루 최소 25만명에서 최대 4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 톱카프 궁전 |
'톱'은 '대포'라는 의미이고, '카프'는 '문'이라는 의미이다. 톱카프 궁전은 1856년 돌마바흐체 궁전이 새로 지어질 때까지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였다. 톱카프 궁전에는 세 개의 문과 네 개의 중정이 있다.
제 1중정에는 비잔티움 제국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 지은 하기아 이레네 성당이 있다. 이곳은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비잔티움 제국을 정복한 후에도 원래 형태로 남겨두었다.
▲톱카프 궁전의 하렘 이야기-제2중정에는 남자들의 출입이 금지된 하렘이 있는데, 내부의 장식이 매우 화려하다. 하렘은 일찍이 400개나 되는 방이 있었는데 증축을 거듭한 후 내부 통로가 미로같이 만들어져 복잡하다. 공개되고 있는 곳은 술탄과 술탄 부인, 술탄 어머니, 황자, 환관, 여자 노예들의 크고 작은 방이다. 타일과 샹들리에 등의 장식들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놀랄 정도로 어둡다. 외부로부터의 출입과 여자 노예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모든 창에는 철창이 달려 있다. 술탄의 자리다툼에서 밀려난 황자들을 유폐했던 '새장'이라 불리는 방에는 음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하렘의 어원은 금기를 의미하는 아랍어인 '하람'에서 유래한다. 하렘은 각지에서 모인 13, 14세 정도의 소녀 약 500명이 모여 살았다. 하렘의 구조는 술탄의 모후가 최고의 지휘에서 여성들을 관리했다. 술탄의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는 여러 방을 주어 하인들이 시중을 들었다. 술탄과 잠자리를 함께한 여성에게도 독방이 제공됐다.
새롭게 팔려온 이들에게는 작법, 노래와 춤, 수예 등을 배우게 했다. 대다수는 큰 방에서 수예품을 생산했고, 그 판매대금은 궁정 유지 비용에 충당됐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술탄을 만날 기회가 없었고, 술탄이 죽으면 여성들은 다른 궁전으로 옮겨져 그 곳에서 단순한 생활을 하며 생애를 마쳤다.
▲성 이레네 총주교좌 성당-아야소피아광장에서 제국의 문까지는 도보로 2분이면 간다. 아야소피아성당에서 북동쪽으로 가면 톱카프궁전의 성벽이 있고, 제국의 문과 만난다. 제국의 문 바로 앞 정자풍의 아름다운 건물은 18세기 초에 지어진 아흐메트 3세의 샘이 있는 정자로, 투르크 로코코 건축의 수작이다. 제국의 문에 들어서면 제1정원이 나온다. 왼쪽에 있는 교회 성 이레네(성스러운 평화라는 의미, 터키어로는 아야이리니)는 아야소피아가 세워지기 전의 총주교좌 성당이었다. 성 이레네는 아야소피아와 더불어 '니카의 난'으로 불타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재건됐다. 성 이레네는 오스만 시대에 창고로 사용됐으나 복원돼 현재는 콘서트 장소로 이용된다. 중문(예절의 문)을 들어가면 제2정원이 나온다. 드디어 궁전 내로 들어온 셈인데 당시에는 술탄 이외의 사람은 말에서 내려 이 문을 지나갔다.
당시의 궁전은 단순한 술탄의 거주지가 아니었고, 중신들이 회의를 열어 나라의 방침을 결정하는 등 정치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장소였다. 그 이후에도 톱카프 궁전은 400년간에 걸쳐 증축과 개축을 반복했지만 왕궁은 1856년 압둘 메짓 1세가 신시가에 지은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옮겨갔다.
▲ 톱카프 궁전 내부모습. |
톱카프 궁전에서 꼭 봐야 하는 곳이 보물관이다.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진주 등의 보물이 가득한 보물관 내부는 황금의 광택이 감싸는 느낌이 든다. 이 중 유명한 것은 톱카프의 단검과 스푼 장수의 다이아몬드다.
황금으로 만든 단검의 문양에는 큰 에메랄드가 3개 박혀 있고, 칼집에는 다이아몬드가 군데군데 박혀있다.
다이아몬드 중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86캐럿의 큰 다이아몬드를 49개의 작은 다이아몬드가 둘러싸고 있는 것인데 이것을 우연히 줍게 된 어부가 스푼 장수의 스푼 3개와 바꾸었기 때문에 '스푼장수의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밖에 무게 3.26㎏의 세계 최대 에메랄드, 250㎏의 왕좌 등을 볼 수 있다.
제4정원은 3개의 교슈큐(정자)가 있다. 갈리타 교 근처에는 전통의 로칸타, 콘야르가 있어 보스포러스 해협을 오가는 배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코라구세주 성당-현재 '카리예 자미'라고 불리는 이 코라구세주 성당은 소피아 다음으로 흥미 있는 비잔틴 교회로 특히 모자이크가 감탄스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원래 '카리예'는 '교외', 도시 근교의 '시골'을 뜻하는 그리스어 '코라'에서 온 말이다. 코라 수도원은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성 밖에 지어졌다.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413년 성을 넓게 쌓아 도시 안에 포함됐지만 이름은 그대로 사용했다. 55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통치 시절 지진에 의해 파괴됐을 때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바실리카식의 교회로 재건축했다.
그 후 8세기에 다시 폐허가 됐다가 843년 복구됐는데 그 후 교회는 11세기까지 깊은 암흑기에 놓이게 된다. 콤메노스 왕조를 지나는 동안 교회는 계속 폐허로 있다가 알렉시오스 황제의 장모 마리아 두케나에 의해 회복됐다. 마리아 두케나의 손자인 알렉시오스 콤메노스의 셋째 아들 콤메노스가 적극적으로 부분적인 복구에 참여했고 그로 인해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마리아의 곁에 모자이크로 새겨지게 됐다.
터키 이스탄불=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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