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헌 정치팀장 |
특히, 대전지역 5명의 선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동시에, 문제를 제기하며 의원총회를 요구한 점은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가뜩이나 선진당의 앞날이 불투명한 위기상황에서 이들 5명의 국회의원은 '패키지'로 '독수리 5형제'가 돼 항의를 한 셈이다.
아무일, 별 이야기가 없었다는데도 선진당 소속 의원들이 왜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걸까? 그들은 이 대통령과 심대평 대표의 비밀스런 '점심 만남'에 어떤 시나리오를 붙이고 있는 걸까. 혹, 불편한 진실이라도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심대평:정말 체면 확실히 한번 구겼다. 내가 무슨 거래라도 했을까 봐? 난 그런 사람 아니거든. 솔직히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MB가 총리직을 제안한다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받을 수가 있겠나. 아무리 총리가 하고 싶다 한들, 국민이 인정하지 않는, 특히 충청지역민들의 축하 없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구나 선진당으로 돌아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합당이라는 형식을 빌어, 대표직을 다시 맡았다. 당을 잘 이끌어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도 수확을 거둬야 하는데, 당 사정이 녹록지 않다. 어쩌면 내년 총선은 나에게 '모든 것을 다 잃어 버릴 수도,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수도' 있는 기점이 될 것이다.
이렇게 대표를 믿지 못해서야, 앞으로 어떻게 당을 이끌어가겠는가. 하지만 어쩌랴, 내가 '실기'를 한 것인데. 그나 저나 MB는 뭔가? 비밀리에 만나자고 하더니, 나만 바보로 만든 것은 아닌가. 사람들을 이용만 하려 하는 정치가 이런 땐 정말 밉다.
그런데, 내 나이가 우리나이로 71세. 적지 않은 나이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말고 백의종군하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대안은 있나? 결국 의석수만 줄이는 꼴이 되는 건 누가 봐도 뻔한 것 아닌가.
그건 그렇고, 아, 벌써 총리 파동이 몇 번째인가. 나에게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는 정말 인연이 없는 걸까.
“이보게들 왜 들 그렇게 못 믿나.”
#권선택, 임영호, 이재선, 이상민, 김창수 의원:정말 해도 너무한다. 너무 속이 보이는 행동 아닌가. 어떻게 공당의 대표가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만나는데, 당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비밀회동에 선뜻 응했는가 말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FTA 협조를 위해 심 대표를 초청해 비밀회동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 말을 누가 믿겠나.
그렇잖아도 선진당은 '한나라당 2중대'니 뭐니 그런 말을 듣고 있는 판 아닌가. 지역에 내려가 지역구민들 보기가 너무 민망하다.
선진당을 떠날 때가 됐나… 자괴감 마저 든다. 아무리 봐도 총선에서 가능성이 보이질 않는다. 우리 5명이 패키지로 움직인다면, 어떨까. 지금 정치판은 신당 창당이니, 통합이니, 뭐니 복잡하다. 마치 '12월 빅뱅'을 앞둔 폭풍전야의 하루하루 같다. 정치는 귀신도 모른다고 하질 않나.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정말 이번 선거판은 한치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심 대표도 그런 것을 혹, 간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치 빅뱅에서 결국 혼자 남아, 무얼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상황을 대비한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마지막 정국 운영에 심대표가 쓰일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대표님! 아니되옵니다. 정말 그런 일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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