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나의 이러한 마음이 통했는지, 유학생활에서 어려운 점이나 불편한 점들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외국인으로서 졸업 시까지 100권의 필독도서를 읽어야 하는 우리 대학의 독서인증제에 대한 어려움이나, 사회봉사 학점을 이수하기 힘들다거나, 학과 친구들의 전공 멘토링을 받고 싶다거나, 기숙사에 빨래 건조대를 더 늘려 달라는 등 사소한 일들까지 이야기했다.
나는 일일이 수첩에 메모하면서 유학생들의 요구사항을 그 자리에서 들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약속하고, 다른 사안들은 교직원들에게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올해 입학한 학생들은 건양대학교병원을 견학하고 싶다고 하여 직원들에게 날짜를 잡아 스쿨버스를 대기시키도록 했고, 어떤 학생은 총장님께서 맛있는 점심을 사 주셔서 그 보답으로 자기가 직접 요리하여 대접하고 싶다고 해서 약속을 잡기도 했다. 이렇게 유학생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나니 유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지금 각 대학은 글로벌화되어 많은 수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특히 학교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많은데, 몇 년 전만 해도 유학생들의 이탈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해야만 입학을 허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준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듯이, 중국 유학생들도 이제 겉모습만 봐서는 우리 대학생들과 전혀 구별할 수 없다. 어떤 학생은 한국 학생보다 훨씬 세련된 차림을 하고 있어 감탄할 때도 있다.
한 달 전쯤 나는 중국의 3년제 전문대학인 흑룡강 농간(農墾)학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대학의 간호학과 실습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 있는 어느 간호학과에서도 볼 수 없는 방대하고도 최신식 시설들을 갖춰놓았는데, 마치 병원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했다. 중국 대학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완전히 바뀌면서,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유학하고 있는 중국 학생들의 40% 정도가 반한(反韓)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중국 학생들이 6만여 명이나 재학하고 있다는데, 많은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반한 감정을 갖게 된 이유는 '한국 언론의 왜곡보도', '중국인에 대한 차별과 무시', '역사인식의 차이', '미국과 일본 선호' 등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중국은 못 사는 나라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불만이 크다고 하는데, 이것은 정말 잘못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큰 손님들은 대부분 중국인들이며, 중국 유학생 역시 우리나라 대학에 등록금을 내고 재학하고 있는 학생 고객들이다. 요즘 조기유학이니 어학연수니 하여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유출되는 외화가 천문학적 수준인데,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를 선택해 유학 온 중국 학생들이야말로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들 학생들은 대부분 한류에 대한 좋은 인상으로 한국행을 택해 왔는데, 반한 감정을 가지고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중국의 경제적 발전뿐만 아니라, 인접국으로서 중국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오늘과 내일이 바로 달라지는 중국의 변화를 인식하고, 중국인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도 하루빨리 불식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중국 유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보다 경제적수준이 낮은 동남아시아계 학생들에게도 똑같은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10년 후를 내다본다면, 세계의 판도는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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