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14일 발표한 '구직에서의 인적 네트워크의존도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03~2007년 일자리를 구한 분석대상 취업자 6165명 가운데 3477명(56.4%)이 친구나 친척·가족 등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 인터넷(17.66%)이나 매체광고(11.75%)를 보고 일자리를 구했다는 사람이 훨씬 적었다. 이 같은 우리나라의 인맥 의존도는 29개국 평균(45.6%)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KDI 연구보고서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측면이 드러난 것 같아 자괴감을 감추기 힘들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안 중의 현안은 청년실업이며 젊은이들에게 구직은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세대가 취업을 위해 각종 자격증과 스펙 쌓기에 대학생활의 여유를 뒤로 한지도 벌써 오래된 일이다. 그만큼 젊은이들에게 취업은 가장 절박한 당면과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취업자 10명중 6명이 공개경쟁시험이 아닌, 인맥에 의해 일자리를 얻었다는 조사결과는 인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취업시장의 이 같은 인맥 선호 흐름은 우리 한국사회의 학연 지연·혈연의 연고주의적 사고방식의 연장선상에서 그 맥을 찾아 볼 수 있다. 연고주의는 객관적인 인사평가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인맥에 의존하는 취업시장의 흐름은 공개채용의 장점을 희석시킨다는 점에서 보다 객관적인 고용 중개 시스템 정착에 보다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소기업의 인재난은 인맥에 의한 취업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취업난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대기업과 공직사회로 경도되는 지금의 취업경향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거론된다. 현 정부가 부르짖는 공정사회 실현은 인맥에 의존하는 취업풍토 개선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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