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을 사이에 두고 전해오는 방바닥의 냉기를 느끼며 엄씨가 왜 전기담요로 이끌었는지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동구 소제동의 엄모<사진 왼쪽>씨 방은 전기담요 외에 온기를 느낄 수 없다. 엄씨가 안효만 복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탄의 연기가 눈에 들어가면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의사의 충고와 현재의 시력으로는 연탄 한 장도 갈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선택했지만, 기름보일러의 연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
특히 엄씨는 지금까지 공공기관의 연료지원을 받아보질 못했다.
관공서의 연료지원은 연탄에 국한되고 기업이나 자선단체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연탄봉사를 선호해 보일러 기름 지원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엄 씨는 “연탄 구멍도 보이지 않아 기름보일러 달린 방으로 이사했지만, 기름 값이 무서워 모셔만 두고 있다”고 얘기했다.
어려운 이웃에 겨울나기를 지원하는 '연료지원 봉사'가 연탄에 편중되면서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의 냉기는 풀리지 않고 있다.
구청의 복지담당자들은 각종 기관의 연료지원에 감사해하며 어렵게 사는 보일러가정에 지원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전 기초생활수급자의 난방 유형을 보면 연탄을 사용하는 세대보다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세대가 훨씬 많은 상태다.
동구가 지난해 말 조사한 결과 기초생활수급자의 3670세대가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연탄은 464세대다.
서구와 유성구의 경우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514세대, 연탄을 사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157세대로 조사됐다.
연료지원도 연탄에 집중돼 대전 5개 구청은 연탄을 사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전 세대에 연탄쿠폰(16만9000원)을 지급했고, 기업과 단체에서 기부하는 연탄도 수시로 전달하고 있다.
반면, 관공서나 민간기관을 포함해도 기름을 사용하는 저소득계층에 대한 에너지 지원은 거의 없다.
이따금 현금기부가 접수되면 보일러기름을 구입해 지역의 몇몇 세대에 전달하는 정도가 전부다.
동구 복지정책과 이경순 담당은 “연탄지원도 충분하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는 기부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겨울 연료지원 봉사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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