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나 플라스틱같은 자원의 재활용 뿐만 아니라 건물을 비롯한 세상 곳곳의 공간도 쓰임새를 달리하면 재생되고, 재활용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산호여인숙'을 멋지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하는 송부영 대표. 대흥동 게스트 하우스, 산호여인숙의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한 기분을 갖게 하는 '산호여인숙', 그곳에 발을 내딛는 방문객들은 어쩌면 손바닥만 한 마당 한 켠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산호여인숙'의 송부영(33) 대표와 눈이 마주칠 지도 모른다.
“여느 여인숙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요. 여행객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이기도 하지만 대전과 대흥동의 문화도 소개하기 위한 공간이라서 오시는 분들이 재미있어 하고, 신선해 하십니다.”
공공미술가인 송 대표는 지난해 '대흥동립만세' 축제 때 자원봉사를 하면서 여러 문화예술인들과 만나 대흥동 게스트 하우스 설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축제를 위해 다른 지역에서 온 공연팀들과 관객들이 묵을 곳이 필요했고,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대흥동의 새로운 문화를 알리기 위한 곳도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대흥동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송 대표는 10년 동안 비어 있던 낡은 여인숙을 찾아냈다.
그렇게 이 여인숙은 송 대표를 비롯한 젊은 예술인들의 땀과 열정으로 점차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뜻을 같이한 이들은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마련했고, 도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도배를, 배관시설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배관 공사를 맡아했다.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쳤지만 부족한 건 여전해서 생활정보지에 광고까지 내서 쓸만한 물품을 기부받기도 하고 누군가가 내다 버린 가구를 재활용해 들여놓기도 했다고.
▲ 타지역에서 온 여행객들에게는 편안한 쉼터이자 대흥동 여행 안내소로 자리매김할 거라는 산호여인숙. 소극장과 갤러리, 예술카페들이 밀집한 대흥동의 명소들을 소개한 안내책자를 비치하고 대흥동 투어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할 예정이다. 입구에 비치돼 있는 대전과 대흥동 일대 공연 소식지가 산호여인숙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준다. |
“처음에 운영을 맡게 됐을 때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오픈을 하고 본격적으로 운영을 하면서 희생이 필요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청소며 빨래, 쓰레기 치우기까지 집에서도 잘 하지 않았던 일을 여기서는 제가 다 하고 있거든요.”
왠지 촌스럽게 느껴지는 '산호여인숙'이란 원래 상호를 쓰는 건 7,80년대의 향수를 불어오는 동시에 오랜 역사성을 지키고 이어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하는 송 대표는 그 의미를 잘 지키는 게 자신의 의무라고 말한다. 올 겨울까지 나야 '산호여인숙'의 사계절 준비가 완성된다면서 올 겨울을 걱정하는 송 대표는 내년에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란다.
“산호여인숙에 오시는 손님들도 많아지고, 대흥동의 문화예술도 널리 알려서 자랑스러운 '산호지기'가 되고 싶고요. 또 도시와 공간의 재생에 관련된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사람… 하면 송부영이란 이름이 떠오를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고 싶습니다.”
대흥동의 명물이 될 '산호여인숙'의 산호지기, 송부영 대표의 꿈이 산호빛으로 빛나고 있다. 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산호여인숙의 산호지기, 송부영 대표는?
대전 출신의 건축가로, 공공미술가로 서울에서 활동하던 송부영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산호여인숙’의 운영을 맡아 10년간 비어있던 ‘산호여인숙’을 복합문화공간과 게스트하우스가 결합된 공간으로 만들고자 10여명의 문화예술인과 힘을 합쳤다.
지난 7월 중순에 ‘산호여인숙’을 오픈했고, 8월에는 대전시립미술관의 열린미술관 프로젝트 ‘대흥동 블루스Ⅱ - 게스트 & 게이트 전(展)’을 열기도 했다.
지상 2층 구조에 9개의 객실로 이뤄졌던 ‘산호여인숙’을 2층은 객실로, 1층은 문화복합공간 및 도서관으로 꾸민 송 대표는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객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다양한 문화활동으로 대전의 안내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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