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에는 대구지역의 한 중학교에선 남학생이 담배를 압수하는 교감의 얼굴과 배를 주먹과 발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19일 광주의 한 중학교 복도에서는 여교사와 여학생이 함께 몸싸움을 벌였다.
▲ 이승규 문화교육팀장·부국장 |
여기에 체벌로 말미암은 학생 피해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교실붕괴. 이 말은 과연 언제부터 나왔을까. 1997년 일본의 학급붕괴에서 나온 말로 우리나라에선 1999년 이래 교육계의 문제현상으로 나타났다고 보면 된다. 교실붕괴란 말이 나온 지 십수년이 지나면서 일선학교에서 바라보는 교실붕괴의 현상적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과거 교실붕괴는 '수업시간에 3분의 1 이상의 학생이 잠을 자거나 나머지 학생중 절반 이상이 만화책을 보거나 하는 경우다.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은 10명 정도가 고작이다. 또 수업종이 울리고 교사가 교실에 들어섰는데도 교과서를 펴놓은 학생이 거의 없다' 등으로 요약된다. 중요한 것은 당시에는 폭력적 행동은 없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중·고교에서 이러한 일탈이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앞서 사례처럼 폭행과 폭언은 예사고 초등학교까지 현상이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학생과 교사가 몸싸움까지 벌이기도 한다.
무슨 특종이라도 되는 양 각종 매스컴은 연일 이 같은 사례들을 퍼 나르기에 정신이 없다. 인터넷 매체들은 제목까지 이상야릇하게 뽑아 금방이라도 교실이 무너져 내릴 듯이 깎아내리기 바쁘다. 여기서도 님비언론의 작태를 유감없이 나타내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언론을 접하는 모든 이에게 송구함이 앞선다. 언론에 비친 교실붕괴와 관련해 솔직히 문제에 대한 지적만큼 해결책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교육관계자의 코멘터리가 전부다. 가끔은 전문가의 생각을 담기도 하지만 말이다.
교실붕괴 현상이 십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시작됐음에도 그 변화는 오히려 민망하고 흉포화되고 있다면 매스컴의 접근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언제나 그렇듯이 매스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나쁜 것에 대한 모방을 촉발시킨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방을 하지 못하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을 해오지 않았던가. 일례로 한때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던 수사드라마인 '수사반장'은 범법자들이 지능화·흉포한 범죄를 모방해 저지른다고 해서 막을 내렸다. 신문을 비롯한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매일같이 사회면을 장식하던 강·절도 기사와 살인·강간사건 등을 비교적 상세히 다루었으나 역시 범죄자에게 또 다른 수법을 알려주는 경향이 많다고 해서 2000년을 전후해 가능한 한 기사화하지 않는다.
이처럼 모방범죄 예방을 위해 매스컴의 자성 목소리도 한몫했다. 얼핏 교실붕괴에 대한 매스컴의 시각 또한 이렇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쯤 해서 교실붕괴의 원인이 과연 학생들에게만 있는 것일까. 아니면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있을까.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과 함께 폭력을 일삼고, 교사가 아무 이유없이 학생들을 때리고, 이제는 학생과 교사가 한데 엉겨붙어 몸싸움을 벌이는 교육현장을 교실붕괴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것들을 여과 없이 보도해 교실붕괴를 오히려 부추기지는 않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부터라도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을까.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개인주의 성향과 맞물리면서 교실은 더 이상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단정 짓지 말자. 말나온 김에 교실붕괴와 관련해 어느 일방의 주장은 설득력이 덜한 것만은 사실이다. 교실붕괴는 가정과 학생, 학교와 교사, 그리고 사회 모두의 책임임을 통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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