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기초과학연구 허브의 태동 치고는 너무 허술하다. 입지 선정 문제로 몇 년을 허비하다가 겨우 대전 신동·둔곡 지구에 둥지를 틀게 되고도 잡음은 계속된다. 첫해부터 예산이 절반 가까이 삭감된 것은 추진 의지가 의심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대로 과연 최고 수준 연구자들의 네트워크가 제대로 형성될지 회의감마저 든다.
원장 선임을 놓고도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 유수의 과학학술지에 공모를 냈다면서도 해외 석학 영입에는 실패했다. 그건 그렇더라도 당초 3배수 추천 약속을 깨고 1인만을 원장 후보로 올려 공모 과정의 투명성을 석연치 않게 하고 있다. 최상급 과학캠퍼스가 돼야 할 기초과학연구원의 글로벌화와는 어울리지 않은 처사로 비쳐진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기초과학연구원을 비롯한 과학벨트 규모가 원래 계획보다 축소되면 파장은 커질 것이다. 총선과 대선을 전후해 정당 간, 지역 간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들 개연성도 있다. 창조형 연구개발 전략으로 가는 결정적인 키 구실을 도맡아야 할 기초과학연구원이 이제라도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정권 교체기 또는 차기 정권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사업 전반이 불필요한 정치적 개입 없이 진행돼야 한다. 이렇게 가면 중이온 가속기 건립 시기도 내후년 이후로나 미뤄질 수밖에 없다. 본보에 소개되고 있듯이 정부의 든든한 후원 아래 탄탄한 자율성을 먹고 성장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원칙이 대전에 들어설 기초과학연구원에서도 지켜져야 할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 등 핵심시설이 과학벨트 전체의 성패를 좌우하는 사업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일부에서 제기했지만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할 기초과학연구원이 4대강 한 공구 사업비만도 못해서야 되겠는가. 사업시기가 늦춰지지도, 규모가 축소되지도 않아야 한다.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은 절대 용두사미로 진행되면 안 될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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