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8일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조무제 울산과학기술원 총장 등 최종 원장후보 3명의 명단을 추려 교육과학기술부에 전달, 이주호 장관이 최종적으로 오세정 이사장을 단독 임명제청했다.
그러나 원장 선임과정이 공모형식을 갖췄지만 결국 이해관계에 얽혀 추대형식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마감한 기초과학연구원장 공모에는 후보 추천위원회 추천 7명, 공모 응시 11명 등 국내·외 학자 18명이 지원, 오 이사장을 비롯한 최종 3배수 후보들은 지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장 후보군 3명 모두 현 소속 기관장 임명 또는 연임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유력 후보였던 김영기 미국 페르미 연구소 부소장 고사로 급작스럽게 오 이사장 카드가 택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계 일각에선 권위 있는 해외 학자 유치를 내세웠던 기초과학연구원장이 결국 '안방 잔치'로 끝난 데다 오 이사장이 이 연구원 설립을 주도한 설립위원장이라는 점에서 개운하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앞서, 오 이사장은 지난 6월 13일 본보와의 대담을 통해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나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경우, 노벨상 수상자가 원장을 맡았다”며 “우리나라도 그 급에 있는 사람이라면 퍼펙트(완벽)한 것이고, 국민들도 설득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초대 기초연 원장 선임 부문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본인 지원 여부도 강하게 부인했었다. 현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되면서 과학벨트 예산이 대폭 축소된 점도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내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예산이 4100억원에서 2100억원으로 삭감된데 이어 기초과학연구원 규모도 3차 설계변경을 통해 계획보다 대폭 축소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대전 중구) 의원은 “교과부가 제출한 '기초과학연구원 건축비 변경내역'을 분석한 결과, 애초 교과부가 계획한 연구원 건설비는 7235억원이었지만 3차례의 설계 변경을 통해 3970억원이 줄어든 326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기초과학연구원 본원 건축 설계비 변경내역을 보면 애초 교과부 안은 연구센터 5060억원, 본원 250억원, 게스트하우스 1400억원, 국제회의장 525억원 등으로 모두 7235억원이었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 제출의 근거로 제시된 최종 설계변경 내용을 보면 연구센터 1900억원, 행정동 250억원, 게스트하우스 840억원, 국제회의장 등 각종 부대시설 275억원 등으로 총 사업비는 이전보다 무려 3230억원이나 축소됐다.
출연연의 한 기관장은 “기초연구원의 원장 권한이 막강한데 처음부터 적임여부를 둘러싸고 파열음이 일고 있어 과학벨트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지 여부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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