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화물선 측의 경계소홀과 두 배간 교신이 없었던 점도 피해를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이 사고를 조사 중인 태안해경에 따르면 사고 시각인 지난 12일 오전 2시 15분께 기룡호 선원 9명이 모두 침실에 잠을 자고 있었다.
생존자인 기룡호 기관장 유 모(58)씨는 “선원들이 모두 잠을 자는 사이 충돌이 있었고 갑자기 배가 기울어져 선체에 물이 밀려들어 왔다”고 해경에서 진술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순식간에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선원들이 구명조끼 착용 등 신속한 대비를 하기에 시간적 여유가 부족,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운항 도중 화물선 측의 경계소홀도 피해를 키운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해사안전법과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등에는 2척의 동력선이 진로가 엇갈려 충돌 위험이 있을 때에는 다른 선박을 우현 쪽에 둔 선박이 그 다른 선박의 진로를 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사 결과 사고 당시 한진3001호가 침몰한 102기룡호를 우측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 규칙에 따라 세심한 주의를 기였어야 했다는 게 태안해경의 해석이다.
해경 관계자는 “당시 태안 앞바다의 가시거리가 0.5마일(800m 가량)로 비교적 운항 여건이 양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두 선박 모도 경계의 책임이 있지만 한진3001호 측이 좀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한진3001호가 사고 책임이 크다고 판단, 이 배 항해사 조 모(24)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 및 선박매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조씨는 해경에서 “우측에서 오는 기룡호를 발견했지만, 우리 배를 피해갈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고 당시 두 선박 간 서로의 위치 등에 통신이 없었던 것도 충돌 피해가 커진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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