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주영 기업과학팀장 |
“군대를 버리고 음식은 버려도 믿음은 끝까지 버리려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어 명령을 믿게 하는 것은 백성을 대했을 때 해야 하는 첫 번째 의무라 강조하고 있다.
또, 무슨 죄를 범한자는 무슨 벌을 받는다고 해 놓고 시간이 지나 그렇게 하지 않거나, 무슨 공을 세운 자는 무슨 상을 받는다고 해 놓고 시간이 지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리를 내고 명령을 내려도 백성들은 그 말을 믿지 않게 된다고 꼬집었다.
평소에는 오히려 큰 해가 없으나 만약 나라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이 때에 명령에 대한 믿음이 평소에 도탑지 않으면 장차 어떻게 할 것인가하며 신뢰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명령을 믿게 하는 것은 수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는 결론을 냈다.
스위스의 철학자 아미엘은 “신뢰는 유리거울 같은 것이다. 한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 하나가 될 수 없다”는 말로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말은 진정한 신뢰는 서로에게 아무런 의심도 없어야 하며 의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서로가 아무리 그것을 지워버리려 해도 처음의 허물없던 관계로 되돌릴 수 없음으로 해석된다.
영국의 작가 러스킨은 “신뢰는 만인의 마음에 있어 유일한 모유”라고 했으며,프랑스의 작가 라 로슈푸코도 “신뢰야말로 재지(才智)보다도 교제를 깊게 한다”고 표현했다.
동서고금 석학들이 신뢰를 이같이 '노래'했다. 그러나 KAIST 내홍사태가 끝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언제 끝날지 모를 내홍에 과학 영재 양성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감도 확산되고 있다.
내홍의 핵심에는 서남표 총장과 서 총장의 독선 경영을 질타하는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이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두 사람의 개인적 인연은 남다르다. 2001년 1월 KAIST '총장 추천위원회' 위원 경종민 교수는 설 연휴임에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였던 서남표 교수를 만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서 교수는 경 교수에게 고사 의견을 밝혀 경 교수는 빈손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5년 후인 2006년 서 교수는 KAIST 총장으로 왔다. 서 총장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관계는 총장 사퇴라는 악연의 관계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경 회장은 서 총장은 거의 모든 교수의 신뢰를 잃어버린 만큼 하산(下山)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서 총장도 끄떡하지 않고 있다. 서 총장에게는 소통부재라는 낙인이 찍혀있으나 정작 당사자는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 명나라 관리 여곤(呂坤)은 “직위가 높으면 이목이 가려진다”고 지적했다. '유상즉유롱고 기옹폐자중야(愈上愈聾 其壅蔽者重也)', 즉 직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귀가 멀고 눈이 멀게 된다. 그것은 그의 이목을 가리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높은 직위에 오르게 되면 진솔한 민정을 살펴 백성들이 살만하도록 민생을 안정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견문이 낮은 지위에 있을 때보다 많이 좁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항상 작은 소리에 귀를 열어둬야 함을 지적한 경구다. 서 총장에게 해주고 싶은 문구다.
경 회장에게는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주고 싶다. “용기가 승리자를, 조화가 무패자를 만든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가지미르 드라뷔뉴의 '제3의 멧세니아의 여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어떤 곤경에 처했을 때 거기에 억눌리지 않고, 올바르다고 판단되는 행위를 하는 용기는 개인의 행동에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한다. 일시적인 격정에 사로잡혀 저지르는 경솔함이 아닌 정정당당하고 동요하지 않는 행위가 진정한 용기다. 구성원 모두가 서로 어긋나지 않고 잘 어울려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역(周易)에는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그 예리함이 쇠라도 끊게 된다”고 했다. 단결과 조화를 강조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2011 겨울이 오기전에 내홍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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