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나꼼수'를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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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나꼼수'를 좋아하세요?

  • 승인 2011-11-09 14:53
  • 신문게재 2011-11-10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LG 축하해요. 가을잔치 초대 못 받았다면서요. 선수들 좋겠네요. 가을엔 단풍놀이 다녀서…. 하하하! 우리는 만날 가을에 야구하느라 한 번도 단풍 못 봤는데….” '편파방송' 프로야구 SK 해설위원의 해설.

▲  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지역 케이블방송인 CMB 대전방송의 황대연, 현대 HCN 충북방송의 민문식 해설위원의 편파 생중계도 알아준다. 프로배구 대전 연고팀인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선전에는 편파해설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 편파방송은 잘되면 내 덕, 못 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자존적 편견'을 자극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 편견을 먹고 번데기에서 날개 달고 우화한 '나는 꼼수다'(나꼼수).

여기서 반딧불 수백만 마리가 외부 지휘 없이도 어둠 속에서 일제히 깜빡이는 것과 맞먹는 행동의 동기화를 이룬 수단은 라디오였다. 상상력 면에서 라디오만한 영화 없고 책만한 라디오 없다더니 그 격이 됐다. 버글스가 부른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가 아니라, 변방의 라디오가 팟캐스트(아이팟+방송)를 통해 부활했다. 올드미디어 라디오가 2000만 스마트폰 시대에 뉴미디어로 옷을 갈아입었다.

스마트폰의 힘만은 아니다. 온갖 사물이 공정해 편파가 없다면 이 난감한 사설(私設) 방송은 주목받지 못했다. “나꼼수 좋아하세요?” 이 질문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작업용 멘트가 생각난다. 동명의 책이 영화화됐을 때 브람스가 누구냐고 묻는 미국인들의 귀찮은 성화에 제목이 '굿바이 어게인(Goodbye again)'으로 바뀌었다. 나꼼수 선호도로 누군가를 평가한다면 이는 브람스를 좋아하는지로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아둔한 짓이다.

▲ '나꼼수' 출연진들. 뉴욕타임스 캡처.
▲ '나꼼수' 출연진들. 뉴욕타임스 캡처.
나꼼수는 백과 흑, 선과 악, 득과 실의 극단에 걸쳐 있다. 개인적 신념과 일치하는 뉴스에 시·청취자들은 편해진다. 편중돼야 편이 생긴다. CNN의 명(名)앵커들을 봐도 노골적으로 치우친다. 우리는 마음의 지름길로서 우리의 가치를 옹호하는 브랜드로 향한다. 편파라도 견해가 같은 뉴스면 편하다. 그게 인기인가 싶어 수탕나귀 같은 고집에 빠지기도 한다. 나꼼수의 무기는 '쫄지 않는' '이빨'만은 아니다. 공정성? 틀렸다. 편향성 때문이다.

진행자들은 '모 아니면 도'라는 대중 편승의 법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대중은 무슨 화끈한 비밀 로맨스인 양 귀를 쫑긋 세운다. “저 선수 지금 거의 예능 버라이어티 찍고 있죠. 아까 3루로 공 빠지고….” 싫어하는 정치세력의 실수에는 늘 '편파방송'처럼 말한다. 당신이 옳을 수도 있다는 없다. '말의 근원을 묻지 않는다(不問言根)'는 옛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의 언론기본권이나 신봉한다면 모를까, 이 역시 편파방송이다. 이에 맞선 편파방송이 출현해 라디오정치가 격랑을 이룬다 한들 놀랄 게 못 된다. '꼼수'를 정치적 근대성의 징후, 전략적 합리성의 속된 이름으로 본 것은 아주 잘한 규정이다. 점잖은 엄정 중립은 시선을 맞추지 못한다. 그래서 꼼수다.

그리고 '꼼바르고 쩨쩨한' 꼼수는 언제 어디에나 있다. 19일로 잡혔던 나꼼수 대전 공연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KAIST(카이스트) 대강당을 대관한 적 '있다', '없다'로 후끈 달아올랐다.(본보 9일자 2면 '카이스트 대관 불허 진실 공방') 섹시한 정치적 선정성을 띤 토크쇼라 파장을 걱정해 대관 승인을 안 했어도 그 바람에 나꼼수는 더 널리 알려졌다. 몰랐던 대전·충청 지역민까지 이렇게 물을 것 같다. “나꼼수가 뭐래유?” 정치 엔터테인먼트 오디오 콘텐츠 '나꼼수'의 인기 비결은 혹시 '꼼수' 아닌가.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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